가계빚 관리 나선 은행···'오락가락' 금리에 영끌족 한숨
가계빚 관리 나선 은행···'오락가락' 금리에 영끌족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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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대출 증가세···지난달 1% 가까이 오른 곳도
당국 압박 지속···은행권, 주담대·전세대출 가산금리 올려
은행 고객들이 국민·하나은행 등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은행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출시와 동시에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던 은행들이 한 달 만에 다시 금리를 올리고 있다. 연초부터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금리 인상을 통해 부채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전세대출의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9일부터 가계대출 안정화 차원에서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상품별로 0.05~0.2%p(포인트) 인상했다. KB국민은행도 이달 주담대 가산금리를 0.23%p 올렸다.

은행별 금리 변동 추이를 보면 이날 기준 국민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는 연 3.75~5.15%로 지난주(연 3.64~5.04%)보다 상단과 하단이 0.11%p씩 올랐다. 전일 금리가 오른 신한은행의 경우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코픽스)가 연 4.21~5.82%로,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가 연 3.51~5.52%로 조정됐다. 우리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는 연 3.78~4.98%로 지난주(연 3.76~4.96%)보다 상단과 하단이 0.02%p씩 상승했다.

특히, 금융채(은행채) 5년물 금리가 지난주보다 낮아졌음에도 고정금리 대출금리는 올랐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인상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19일 기준 금융채 5년물 금리는 3.928%로 올해 최고치인 지난 14일자 금리(3.951%)보다 0.023%p 낮다.

최근의 금리 인상은 지난달 앞다퉈 금리를 인하하던 모습과 대조된다. 지난달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도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쉽게 갈아탈 수 있게 되면서 은행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했다. 당시 은행별로 가산금리를 낮추거나 우대금리를 신설하는 등 금리 경쟁을 펼쳤는데, 그 결과 대환상품의 금리가 연 3% 중반대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금리의 흐름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한 달 차이로 등락을 반복하게 된 배경에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란 당국의 지침이 있다. 앞서 5대 시중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1.5~2.0%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당국에 전달한 바 있는데, 연초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발표한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98조4000억원으로 한 달 새 3조4000억원 증가했다. 10개월 연속 증가세로 역대 최대치다. 증가폭도 전월(지난해 12월) 3조1000억원보다 확대됐다.

5대 은행으로 좁혀보면, 1월 가계대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NH농협은행을 제외하고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증가율은 0.25~0.81%를 기록했다. 1% 가까이 오른 은행만 두 곳에 달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곧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출 증가세를 둔화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회사의 유형·용도별 대출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과도할 경우 자체 관리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권은 지속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적정 수준의 가계부채 규모를 스스로 고민해 경영방침에 반영해야 한다"며 "단기 이익을 위한 불필요한 외형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맞춰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폭의 상당 부분이 한 달 만에 되돌아오면서 지난달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체감하게 될 금리 오름세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주담대를 중심으로 대출잔액이 늘고 있어서 주택 관련 상품의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 증가세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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