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가격 회복세···수익성 위한 감산 유지할 듯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지난해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반도체 업계가 올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 제품의 비중을 늘려 예년 수준의 실적으로 빠르게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31일 2023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4분기 매출 21조6900억원, 영업손실 2조18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는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되는 가운데 PC 및 모바일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고 생성형 AI 서버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수요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HBM, DDR5, LPDDR5X, UFS4.0 등 첨단공정 제품 판매를 대폭 확대하면서 D램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다만 파운드리는 고객사 재고 조정과 글로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시장 수요가 감소해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그러나 지난해 연간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으며 3나노 및 2나노 GAA(Gate All Around)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첨단 공정 기반 사업을 확장해 고성능컴퓨팅(HPC) 중심으로 판매 비중 및 신규 수주가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D램에서 주력제품인 DDR5와 HBM3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상대적으로 업황 반등이 늦어지고 있는 낸드에서는 투자와 비용을 효율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수요가 올해부터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낸드의 경우 아직 완전히 가격이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꾸준히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낸드 범용제품 가격은 4.33달러로 전월 대비 6.02% 상승했다. 이는 10월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삼성전자는 올해 업계 최초로 개발한 현존 최대 용량의 12나노급 32Gb(기가비트) DDR5를 도입하고 차세대 HBM3E 적기 양산 및 하반기 12단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1분기에는 HBM3, 서버용 SSD를 중심으로 첨단 제품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올해도 당분간 감산 기조를 유지하며 가격을 더 끌어올려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의 세부별 재고 수준 차이가 있어 미래 수요와 재고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해 상반기 선별적으로 생산 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부사장은 "D램은 1분기 재고가 정상 범위에 다다르고, 낸드도 시장환경에 따라 시점 차이가 있지만 늦어도 상반기 내에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요과 재고 수준을 상시 점검하고 사업 전략을 유연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역시 HBM3E 양산과 HBM4 개발을 순조롭게 진행하면서 서버와 모바일 시장에 DDR5, LPDDR5T 등 고성능, 고용량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기로 했다. 또 AI향 서버 수요 확대와 온디바이스 AI 응용 확산을 대비해 고용량 서버용 모듈 MCRDIMM과 고성능 모바일 모듈 LPCAMM2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낸드의 경우 eSSD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한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올해 1분기 AI 스마트폰과 PC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시장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회복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3나노 GAA 공정을 안정적으로 양산하고 2나노 공정 개발 등 첨단공정 개발을 지속하면서 AI 가속기 등 빠르게 성장하는 응용처 수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