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에 태영發 리스크까지···4대 금융지주, 4분기 실적 '먹구름'
상생금융에 태영發 리스크까지···4대 금융지주, 4분기 실적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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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태영·상생비용만 1.7兆 인식 전망
금융당국, '충당금 적립' 주문 압박 거세져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 이복현 금융감독장(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 및 사원은행 은행장들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간담회를 갖고,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 이복현 금융감독장(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 및 사원은행 은행장들이 지난해 12월 21일 '은행권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마련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 몇 년간 조(兆) 단위 순이익을 내며 고속 성장하던 금융지주사들이 올해부터는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현금으로 직접 돌려줘야 하는 데다 태영건설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쇄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란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다음달 초~중순경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투자업계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금융지주사 추정 순이익은 2조2000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2% 감소한 수준이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사로 좁혀보면 이들 4대 금융의 에프앤가이드에 따른 지난해 4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15조7317억원으로, 전년(15조7312억원) 대비 5억원(0.003%) 증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주요 은행권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기업대출이 대폭 성장한 데다 비이자 장사도 잘한 만큼 순이익이 크게 증가해야 하지만, 결과는 소폭 증가에 그칠 것이란 게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특히, 4대 금융 가운데서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3%, 우리금융은 11% 역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몇 년간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성장가도를 달리던 금융지주사들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로는 예상치 못한 비용이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해 12월 21일 마련된 은행권 공동 '민생금융지원방안'에 따라 은행별로 연간 수천억원의 이자를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자 캐시백으로 나가는 비용은 회계상 '기타영업비용'에 반영되는데, 이 같은 비용이 지난해 4분기에만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신용등급이 대폭 하락, 이에 맞춰 태영건설 채권을 보유한 은행들은 관련 충당금을 반영해야 한다. 앞서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태영건설 신용등급을 'A-'에서 'CCC'로 10단계 강등했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은행들은 해당 채권이 부실화될 것을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태영건설과 관련된 추가 충당금만 31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이 태영건설에 내준 대출금 규모 72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올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확산하면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융당국은 PF 연쇄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권에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를 주문했다. 최근에는 국민·신한·우리·농협·광주·대구·경남은행과 카카오뱅크 등 8개 은행이 충당금 산정체계를 강화하라는 내용의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추가로 쌓을수록 순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PF부실 뿐 아니라 올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손실이 현실화하고, 금융당국에서 피해배상을 결정한다면 은행들은 관련 손실에 대한 충당금을 더 적립해야 할 수도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상생금융, PF 충당금 등 예상치 못했던 비용들이 작년 말부터 갑자기 발생했고, 올해부터는 순이자마진(NIM) 하락세도 예상되고 있어서 실적 부진이 수치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해가 될 것"이라며 "당장 구체적인 재무계획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이 4분기에 민생금융지원, 태영건설 외에도 해외대체자산 평가손 인식과 담보대출 LGD 상향, 부동산PF 추가 충당금 등을 상당폭 적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계절성 비용 성격인 희망퇴직비용이 4분기에 인식되는 점도 실적 부진에 한 몫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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