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그룹사 일감 몰아주기···내부 거래 비중 높은 건설사는?
[초점] 그룹사 일감 몰아주기···내부 거래 비중 높은 건설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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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감소·총수의 자손 증가·기술 보안 문제 등으로 내부 거래 확대
내부거래는 경쟁 없어 혁신 의욕 떨어트려···중소 기업 성장도 억제
내부거래 비중 낮은 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 등
(사진=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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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된 이후 최근 일부 대형 건설사들의 자체적인 살 궁리에 나서며 '특수관계자 매출'이 대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안정적인 일감이 사라지면서 몇 업체에선 아직도 든든한 그룹사를 둔 덕을 보고 있다. 

7일 서울파이낸스가 시공능력평가 상위 건설사들의 올해 3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평균 14.9% 정도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였다. 10대 건설사 중 5%가 안되는 건설사도 두 곳 있었으며, 반면 매출 4분의 1 이상이 특수관계자 거래에서 이루어진 업체도 두 곳 있었다. 

내부거래 비중이란 회사의 매출금액에서 '관계 기업'·'특수 관계자'에서 발생한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시공 업체 선정에서 공개 입찰 방식 대신 그룹사 내 특정 업체와 수의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 등을 말한다.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는 자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그룹사가 많은 기업일수록 경쟁 없이 더 많은 일감을 차지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분석 결과 내부 거래 비중(올해 9월 기준)은 △롯데건설(33.7%) △포스코 이앤씨(25.3%) △현대건설(16%) △GS건설 (16%) △SK에코플랜트(14.9%) △DL이앤씨(8.1%) △대우건설(3.9%) △HDC현대산업개발(2%) 순이었다. 

3년 새 내부거래를 크게 낮춘 곳은 SK에코플랜트와 HDC현대산업개발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55%에 달하는 내부거래 비중을 올 3분기 15%로 줄었고, HDC현대산업개발도 같은 기간 16%에서 2%까지 낮췄다. 대우건설의 경우 대기업 중 꾸준하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무래도 회사가 재벌가의 오너 경영 회사나 그룹사 등이 아니기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이 높지 않은 것 같다"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해외 수주, 자산 효율화 등으로 건전한 재무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반면 비중이 늘어난 곳도 있다. 롯데건설은 그룹사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석유 화학단지 공사에 참여하며 내부거래 비중이 21%에서 34%로 늘었다. 현대건설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조성하는 전기차 전용 신공장의 시공을 맡아 비중이 4%에서 11%로 확대됐다. 포스코 이앤씨의 경우 3분기 포스코로부터 7186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중소 건설사 중에선 신세계 건설이 △2021년 32% △2022년 21% △2023년 36% 등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회사는 그동안 스타필드 비롯해 신세계프라퍼티의 복합쇼핑몰의 공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신세계프로퍼티가 2027년 준공 예정인 '스타필드 청라'와 '스타필드 창원' 등의 시공사를 경쟁 입찰한다는 방침으로 바꿨다. 신세계건설이 내년 신세계영랑리조트 법인을 흡수하며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호반건설도 올해 총수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기회를 제공한 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약 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를 통보받았다. 

이러한 내부거래가 늘어나는 주요 원인으론 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위해 자연스럽게 발생했다는 부분과, 창업주 한 명에서 시작된 재벌 기업의 자손이 늘어나면서 챙겨야 할 가족들이 많아진 탓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영업 비밀이나 기술 보안 문제에 있어서 외부 기업보다는 계열사가 더 믿음직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더 선호하는 것"이라며 "자격이나 기술 능력이 없는 그룹 계열사에 일감을 준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대기업의 경우 보통 높은 수준의 시공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부거래라 하여 부실시공 등의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건설산업 글로벌 경쟁력 순위는 주요 20개 국가 중 10위 정도로 2016년에 6위를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세로 가고 있다"라며 "내부거래는 기본적으로 경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혁신에 대한 의욕을 떨어트리고, 커나가야 할 중소·중견 건설 기업들의 성장을 억누르기 때문에 지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한 사업자(기업)를 고발하면 이에 관여한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도 원칙적으로 고발 대상에 포함하도록 한 공정위의 고발지침 개정안의 행정예고를 한 바 있다. 고발지침에 규정한 고발 대상 행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요건'을 신설해 고발 범위를 넓힌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 생명·건강 등 안전의 영향, 사회적 관심,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 또는 이와 유사한 사유가 발생하면 고발이 가능해진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가 50%이상의 직간접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의 계약을 체결할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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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민 2023-12-08 14:37:32
매우 도움이 되는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