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합칠까?···넷플릭스 맞설 대형 OTT 등장 예고
티빙-웨이브, 합칠까?···넷플릭스 맞설 대형 OTT 등장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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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비용 절감 가능하지만, 가입자 유인책 부족
누적 적자, 비상장 손자회사 지분 40% 유지 과제
티빙(상단)·웨이브 로고. (사진= 각 사)
티빙(상단)·웨이브 로고. (사진= 각 사)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위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 합병 건이 성사될 경우 양사가 그간 지속되던 영업적자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지 주목받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의 모회사 CJ ENM과 웨이브의 모회사 SK스퀘어는 다음달 중 티빙과 웨이브를 합병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합병 법인은 CJ ENM이 최대 주주로, SK스퀘어가 2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간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은 세간에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긍정적인 시너지를 기대하던 SK스퀘어와 달리 CJ ENM 측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며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이러한 상황에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가 티빙을 꺾고 국내 OTT 1위 자리를 차지한 데다, 콘텐츠 투자에 대한 과열 경쟁으로 영업손실이 확대되자 양 사가 이에 대한 자구책이 필요하다 판단한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티빙의 영업손실은 1191억원으로, 영업비용이 지난 2021년 대비 76.5% 늘어난 366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429억원 늘었다. 웨이브 역시 전년 대비 38.2% 증가한 3952억원의 영업비용으로 인해 지난해 12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폭이 658억원 늘었다.

특히 양사 영업비용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콘텐츠 원가에 있다.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인해 투자 비용은 갈 수록 늘어나는데,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와의 경쟁 심화로 가입자가 정체되며 손실이 확대된 것이다. 지난해 티빙과 웨이브의 콘텐의 원가는 각각 1167억원·2111억원으로, 양 사 모두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양사는 "이제 논의를 시작한 단계고 전략적 제휴부터 시작해 발전적인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시장은 양사가 주력으로 제공하는 콘텐츠의 성격이 유사한 만큼, 합병에 성공할 경우 기존 발생하던 콘텐츠 투자비용을 크게 절감해 영업이익 흑자 달성 시기가 빨라질 수 있을 거라고 분석한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티빙과 웨이브는 모두 국내 드라마, 예능 중심의 콘텐츠로 성격이 유사하기 때문에 합병 이후 콘텐츠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합병 후 콘텐츠 투자 금액을 줄인다면 영업이익 흑자 달성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입자 이탈이 없을 경우 OTT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와 근접해질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미디어 제작 특성상 투자 비용이 선반영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비용 절감이 손익에 바로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합병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시너지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양 사간 콘텐츠 성격이 유사하다는 사실은 양 사 합병으로 확대되는 콘텐츠의 폭이 넓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서 유인책이 크지 않다는 것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티빙이 지난해 말 KT 시즌을 흡수합병하며 '신병', '구필수는 없다' 등 KT스튜디오지니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킬러 콘텐츠가 부족한 웨이브를 합병하며 얻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지분을 보유한 웨이브는 출범 초기에 방송사 제작 드라마에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독점 콘텐츠를 운영해왔다. 특히 '모범택시'나 '펜트하우스' 등이 초창기 웨이브의 가입자 유입을 이끌었다. '트레이서'나 '검은태양' 등도 방송사와 공동 제작하면서 가입자 유치를 이끌었으나 점유율 반등, 흑자전환 등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 이후 '약한영웅 class1'이 큰 인기를 끌었고 '거래'나 '악인 취재기' 등이 화제성을 유지했지만, 흑자전환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특히 웨이브는 출범 초기에 비해 콘텐츠 투자 규모가 감소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시장에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이 대두되던 당시 CJ ENM이 합병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 역시 이러한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양사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 소비자층이 겹치는 만큼 이미 두 플랫폼을 모두 이용하는 가입자 수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합병으로 인한 MAU 증가 폭이 기대보다 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양 사간 콘텐츠 출혈 경쟁이 사그라드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미 주력 콘텐츠와 소비 타겟이 많이 겹치는 데다, 웨이브의 경우 과거 시즌에 비해 이용자를 끌어들일 만한 킬러 콘텐츠가 부족한 만큼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는 기대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양 사가 본격적으로 합병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과제가 많다는 점도 변수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추진되면 구독자가 늘고 콘텐츠 제작 원가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면서도 "다만 웨이브의 FI인 미래에셋벤처 투자의 PE본부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SKS프라이빗에쿼티(PE)가 발행한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의 만기가 다가오는데 누적된 적자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CJ ENM이 합병 후 지분율 40%를 유지하려면 상당한 추가 자금도 필요하다"라며 "아직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 사가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간 합병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여러 이유는 변한 게 없기 때문에 무조건 성사될 거라 확답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합병 자체에 대해서는 명분이 좋은 건이라는 시장 공감대가 있는 만큼, 실제 합병이 성사될 경우 여러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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