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8월 예측보다 물가 둔화속도 늦어져"
[일문일답] 이창용 "8월 예측보다 물가 둔화속도 늦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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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원 5명,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둬"
"나머지 1명은 가계빚 선제 대응 필요성 강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불거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까지 둔화하는 속도가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9일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예단하기 어렵지만 지금 상황만 놓고 봤을 때 8월에 예측했던 물가의 하락 경로보다는 물가 둔화 속도가 좀 늦어질 것이라는 게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다"라고 전했다.

추가 인상에 대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견도 엇갈렸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중 5명은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며 "특히 5명 중 1명은 가계부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반면 나머지 한명은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낮출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통화정책 경로상 불확실성이 커진 반면, 통화정책에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최근 늘어난 가계부채와 관련, 이른바 '빚투족(빚내서 투자)'들에게 경고를 날렸다. 이 총재는 "여러 경제 상황을 볼 때 금리가 금방 조정돼 금융부담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금리가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서 비용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경고를 드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최근 물가 반등세가 가파르고 가계부채나 기업부채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긴축적인 수준인가?

△금융상황지수나 중립금리, 물가 경로 등을 볼 때 긴축적이라고 판단한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선 가계·기업부채가 늘어난 것보다 실물경제를 봐야하는데, 실제 기업대출이 늘어난 반면 투자는 미미하다. 해석에 조심해야 된다.

-물가가 목표 수준에 수렴하는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지금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 앞으로 몇 주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다만 지금 상황을 봤을 때 8월에 예측했던 물가의 하락 경로보다는 물가 둔화 속도가 좀 늦어질 것이라는 게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신용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는 주택 공급 축소 등으로 연결돼 주택 가격 상승 기대를 높인다는 지적이 있다.

△한은 총재로서 부동산 가격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렵다. 다만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해, 레버리지를 내시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금리가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서 비용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경고를 드리겠다.

여러 경제 상황을 볼 때 금리가 금방 조정돼 금융부담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본인 능력 안에 있는지, 단기적으로 부동산을 사고 금방 팔아 자본 이득을 얻고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자기가 해야 한다.

-최근 중립금리 상향 가능성에 한국은 특수한 상황이라 발언했는데, 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미국의 경기가 생각보다 견고하며, 앞으로 더 높은 금리가 유지될 전망이다. 여기에 비춰 볼 때 미국의 중립금리가 더 높아질 것이란 의견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변동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는데도, 미국과 우리나라의 중장기 금리가 동조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20년 시계로 보면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 때문에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균형금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하락하는 국면으로 갈 수도 있는데, 그 때 우리나라의 금리가 미국을 따라 올라갈지 답이 잘 안보인다.

다만 이는 장기적으로 봐야 할 문제다. 당장 1~2년새 금리를 조정한 것을, 당장 중립금리를 내리고자 포석을 깔아 놓은 것처럼 해석하면 곤란하다.

-향후 3개월 내 금통위원들의 금리 전망 수준은? 내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는 여전히 시기상조인가?

△금통위원 중 한명은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낮출 수도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다른 5명은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5명 중 1명은 가계부채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개월 뒤에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지금 전반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거라고 보고 있으며, 우리 금리도 상당 기간 긴축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견해가 좀 더 퍼져나가고 있다.

-9월 한미 물가가 3.7%로 같아졌다. 우리나라 물가 둔화 속도가 미국보다 느린 것이 아닌가?

△두 나라의 물가 목표치가 2%로 같은 반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훨씬 높았기 때문에 빨리 내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통화정책을 덜 긴축적으로 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는 우리가 미국보다 빠를 것이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수 있다고 보는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과 연관된 것이 더 많다. 결국 부동산 가격에 대한 문제고, 이는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진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사회·경제에 주는 불평등 이런 것에 미치는 영향이 많기 때문에 통화정책만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금통위원들도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점진적으로 GDP 대비로 내려야 한다고 본다. 한은이 통화정책이 너무 완화적이라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중동지역 전개 상황을 판단하기에 이르다고 말씀하셨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물가안정에 집중을 하겠다는 게 금통위의 입장인가? 물가 압력도 예상보다 강한 상황인지 궁금하다.

△지난 한 주 동안의 시장의 환율과 유가 변화 등이 생각보다 적은 것 같다. 지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와 얼만큼 영향을 미칠지 말씀드리기에 불확실성이 크다. 우리가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지만, 이를 우리 전망치에 근거로 삼기엔 성급한 측면이 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굉장히 악화돼 물가는 굉장히 올라가고 성장이 나빠지면 어디다가 방점을 둘 거냐는 질문에 금통위원 중 한 분은 유연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나머지 5명은 물가에 더 방점을 둬서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쪽으로 가자는 의견이다. 결국은 성장률과 물가 등 세부지표가 나와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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