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1기획/하] "경쟁국, 탈탄소 철강 전환에 수조 지원, 韓정부 손놓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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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佛獨 철강 생산공정 탈탄소 지원에 20억유로 보조금 지급 승인
美, 2050년까지 중공업 탈탄소에 7조9000억원 보조금 지급 결정
日, 2030년까지 30조원을 투입, 철강업계 탈탄소 공정 전환을 지원
전문가들 "직접적 보조금 지원 외에 공정 기술 개발 지원책 마련해야"
포항제철소 제 3부두에서 철강제품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포항제철소 제 3부두에서 철강 제품이 배에 선적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미국과 유럽을 필두로 생산제품에 대한 세계적 탄소배출 규제가 곧 현실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철강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이 당장 2026년부터 이른바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탄소세 성격의 부담금을 매기는 '탄소국경조정제'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고로 생산방식을 가지고 있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 기업들이 탄소 배출이 없는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100% 전환하는 데는 30년 가량이 걸려 당장 대응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생산방식 전환 비용만 무려 100조원에 육박, 엄청난 투자비 부담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철강 업계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우리나라와 철강 산업 경쟁 구도에 있는 국가들 정부는 탈탄소 제철 생산공정 전환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수 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공정 전환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 정부는 상대적으로 지원이 미흡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 철강 산업 1위 국가인 중국은 이미 정부 주도로 지난 2021년 '철강산업의 생산능력 치환 실시법'을 시행, 탄소배출이 많은 전통방식의 노후 제철 설비를 퇴출하고, 탄소 배출이 없는 새 생산 설비를 증설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도 2050년까지 완전 탈탄소를 목표하며 기술 조기 개발을 위해 R&D 지원을 강화하고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위원회(EC)는 지난 7월 프랑스와 독일의 철강 생산 공정의 탈탄소화를 지원하기 위해 20억 유로 이상의 국가 보조금 지급을 승인했다. 프랑스 정부는 아르셀로미탈사의 탈탄소 공정 전환에 약 1조2000억원을 지원키로 했고, 독일 정부는 티센크크루프 스틸사에약 약 8000억원의 직접 보조금 지원을 결정했다. 미국은 지난 3월 2050년까지 산업 중공업 전체의 탈탄소를 추진하며 약 7조9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30조원을 투입, 철강업계의 탈탄소 공정 전환을 지원키로 했다.

세계 각국이 청정 철강생산 기술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지원 규모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철강업계의 탈탄소 공정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지원하는 자금은 고작 1200억원에 불과하다. 보조금은 없다.

업계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경우 조 단위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지원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생산공정 전환에 대한 직접적 지원뿐 아니라 인프라 기술 전반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국가 차원의 저탄소·무탄소 공정기술 개발 추진과 지원금 확대를 주장했다. 조 교수는 "현재 수소활용 제철 기술 수준은 파일럿 테스트 전 단계로 평가되며, 스웨덴 SSAB사의 하이브릿(HYBRIT) 기술개발이 현재 가장 앞서가고 있다"며 "이에 비해 포스코 기술은 연구개발 진척도가 느려, 기술격차 회복을 위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CBAM) 시행에 대한 사전 대응을 위해 정부가 탄소배출 데이터 측정·관리에 필요한 체계를 구축하고, 인증기관을 통한 EU 인증 절차를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CBAM 이후 더 큰 탄소 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G7 기후클럽, OECD 탄소감축포럼, 캐나다 국제탄소가격 챌린지 등 국제적인 탄소감축 위한 규제들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 주력산업인 철강 산업의 추락을 막고, 탄소규제를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대응책이 서둘러 정비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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