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1기획/상] 탈탄소 시대, 기로에 선 철강 산업
[창간21기획/상] 탈탄소 시대, 기로에 선 철강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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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유럽연합(EU) 수입 철강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화 
2026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본격 시행에 韓철강 타격 불가피
수소환원제철 방식 전환에 약 30년 소요, 전환 비용 100조 육박
전문가들 "세계 1·2위 중국·인도 타격 더 심해, 패권 잡을 기회"
현대제철 직원이 용광로에서 용선을 꺼내는 작업인 출선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직원이 용광로에서 용선을 꺼내는 작업인 출선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기후변화 위기가 갈수록 심해짐에 따라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각종 탄소배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당장 유럽연합(EU)이 오는 2026년부터 역내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탄소배출량에 따라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시행한다. 앞으로 북미, 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이같은 역내 탄소 규제가 적극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주력 수출 산업이지만,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철강산업은 일대 위기를 맞게 됐다. 본지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철강산업이 맞닥뜨린 현 위기 상황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각 기업들의 움직임,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의 문제점과 필요한 정부의 지원책 등을 전문가들의 분석을 담아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기후변화 위기에 따른 세계 각국 탄소배출 규제가 본격화함에 따라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인 철강 산업이 대격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내달부터 유럽연합(EU)이 철강·알루미늄·전기 등 6개 품목을 역내 수입하는 모든 기업에 대한 탄소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한다. 보고 기한을 어기거나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제품 톤 당 10~50유로의 벌금을 부과한다. 

EU는 또 오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전격 시행한다. 이 제도는 한 마디로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겠다는 게 골자다. 탄소세를 내든지, 아니면 탄소 배출량에 따라 EU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CBAM 인증서를 구매해 상쇄해야 한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내 철강산업은 EU의 본격적인 탄소 규제에 따라 수출 품목 가격이 오르게 되고, 이에 따라 EU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EU 철강 수출량은 약 346만톤으로 전체 수출량의 13.5%를 차지한다. 아세안(17.9%)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철강 수출 시장이 EU다.

현재 철강재 제조공정은 거대한 고로에 쇠와 코크스 등을 함께 녹여 생산하는 고로 방식과 전기로 방식이 있지만, 포스코 등 주력 업체의 생산 방식은 고로 방식이다. 이에 따라 이들이 당장 2026년 전까지 철강 생산 공정을 바꾸긴 어려운 상황이다.   

EU의 주요 철강 수입국과 탄소배출집약도(2020) (자료=Chantham House)
EU의 주요 철강 수입국과 탄소배출집약도(2020) (자료=Chantham House)

21일 사단법인 넥스트 분석에 따르면 EU의 CBAM 시행 시, 철강 수출 가격은 현재 유통가 기준 15%가량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EU 철강 수출액은 약 5조6000억원으로, CBAM 도입 시 수출가격은 6조4400억원까지 상승한다. 이에 따라 철강 기업은 매출 감소, 영업이익 손해 등 실질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됨에 따라 탄소배출 규제가 민간 차원의 제재를 넘어 글로벌 국가적 뉴노멀 규제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철강생산 1위인 포스코는 환경부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온실가스 배출 명세서 1위에 올랐다. 단일 회사만으로도 국내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15% 가량을 차지했다. 2위인 한국남동발전의 탄소 배출량의 1.9배에 달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고로 방식의 철강 제조 기업들의 살 길은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수소환원 제철공정으로 생산공장을 모두 바꾸는 것 외에는 없다. 국내 대표적인 철강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모두 고로 방식 공정을 채택하고 있다. 포스코가 자체 추산한 수소환원제철 공정으로의 교체 비용은 68조5000억원이며, 현대제철은 30조 이상이다. 생산 공정을 모두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교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30년 가량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오는 2050년에 모든 생산공정을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전환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탄소규제가 철강산업의 위기만 초래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은 넥스트 부대표는 "가격 경쟁력 우위에 있던 중국, 인도 위주의 세계 철강 시장을 일대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다만 고로 중심의 제조 시스템을 얼마나 빨리 수소환원 방식으로 전환하고, 석탄 연료를 탈탄소 에너지 연료로 대체하며, 전력 배출 계수를 낮출 수 있는지가 세계 철강 패권을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2021년 국가별 철강 수출량은 중국이 1위로 6620만 톤, 2위 일본 3380만 톤, 3위 러시아 3260만 톤, 4위 한국 2680만 톤 순이다.   

또 2021년 국가별 철강 탄소 배출량 순위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순이다. 중국과 인도가 세계 철강 수출 시장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지만, 대부분 탄소 배출량이 많은 고로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탄소배출 규제가 오히려 한국 철강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세계 탄소중립 정책은 심각한 철강산업의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며 "수소환원제철 기술에서 우리나라가 선도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 지원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한국 철강산업이 향후 세계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대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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