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1기획] 경제 불안 속 위기의 기업들 '버티거나, 바뀌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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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지속가능성 확보한 친환경 기술로 성장동력 확보
車 업계, 점유율 확대 위한 전략 마련 고심···라인업 확대
통신업계, AI·플랫폼 신사업 역량 키우며 해외 활로 모색

급변하는 시장에서 세계 무대를 바라보며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도 있고, 거대한 위기 앞에 쓰러지지 않도록 버티는 기업도 있다. 본지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기업들의 현재 모습을 조명했다. /편집자 주

[서울파이낸스 여용준·문영재·이도경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힘겹게 벗어났지만, 그 후폭풍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 곳곳의 기상이변이라는 돌발 악재과 함께 글로벌 경기침체, 경제 불확실성도 좀처럼 거치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는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래서 어떤 기업은 버티며 이기는 길을 찾는가 하면, 위기 속에 더 큰 시장을 바라보는 기업도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에 침체를 겪은 삼성전자는 전장사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5일부터 10일(현지시간)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내 삼성전자 부스 모습. (사진=삼성전자)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에 침체를 겪은 삼성전자는 자동차용 전장사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5일부터 10일(현지시간)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전시회의 삼성전자 부스 모습. (사진=삼성전자)

◇ 4대 그룹, 지속가능성 기반 신사업 투자 확대

삼성전자는 주력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가운데 하만을 중심으로 한 전장사업에서 꾸준한 성과가 나면서 이를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주요 부품 사업에서 자동차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전장 부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밖에 경기침체로 규모 자체가 줄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폴더블폰 매출 비중을 높이면서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2025년까지 폴더블폰 비중을 50%까지 확대한다고 앞서 밝혔다. 

LG는 전사적으로 전기차 부품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는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가 최근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VS사업본부와 함께 LG마그나, ZKW 등 전장 사업 계열사 삼각편대를 구축해 자동차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룹 전체의 새로운 주력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배터리 사업도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하며 6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출하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거세지는 친환경차 도입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전기차와 수소차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수소차의 경우 충전소 등 인프라가 부족해 역성장세가 지속되는 만큼, 현대차가 직접 나서 수소 생태계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전기차 역시 대중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인프라 구축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아세안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전기차 출시 1년만에 일본 자동차 기업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세안 시장 전반에서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는 친환경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정유사업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린에너지 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SK의 친환경 투자 영역은 △에너지 전환 △산업 전환 △이산화탄소 처리 △전기차 소재·인프라 △친환경 디지털 제품·서비스 등으로 특히 에너지 전환에만 12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주력 사업인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에도 앞으로 5년간 247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시설 투자에 집중하고 있으며, 관련 연구개발에도 지난해에만 역대 최대 규모인 4조45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중견 자동차 업계는 현대·기아차에 밀려 줄어든 점유율을 벗어나기 위해 신차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KG모빌리티 토레스(위), GM한국사업장 트랙스 크로스오버(아래 왼쪽), 르노코리아 XM3. (사진=각 사)
국내 중견 자동차 업계는 현대·기아차에 밀려 줄어든 점유율을 벗어나기 위해 신차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KG모빌리티 토레스(위), GM한국사업장 트랙스 크로스오버(아래 왼쪽), 르노코리아 XM3. (사진=각 사)

◇ 현대·기아차 독주와 점유율 고심하는 중견 자동차 업계

국내 자동차 업계는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고속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KG모빌리티와 GM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3사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지면서 고사 위기에 놓였다. 

국내 완성차 5사의 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완성차 3사의 내수 판매량은 8만8816대로, 현대차·기아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5사 전체 판매 98만176대의 9.1%에 불과했다. 완성차 3사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16.7%였던 3사 점유율은 2021년 12%, 2022년 11.3%로 매년 하락하더니 올해 10% 아래로 하락했다.
 
업계는 이들의 점유율 급락이 빈약한 제품군에 원인이 있다고 봤다. 수십 종의 차종을 체급별로 생산·판매 중인 현대차·기아와 비교하면 이들 3개사는 최대 5종의 차를 내놓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차를 투입해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올해 토레스 화물밴, 토레스 순수 전기차 EVX로 제품군을 늘리고, 2025년까지 토레스 하이브리드와 토레스 EVX 기반 픽업트럭 O100EV, 렉스턴 후속 대형 전기 SUV F100EV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GM한국사업장은 당분간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신형 트레일블레이저 판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할부 혜택 강화 카드를 들고 나왔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7% 이율로 최대 72개월 할부를, 트레일블레이저는 5.5% 이율로 최대 72개월 할부를 제공한다. 

르노코리아는 상품성 개선과 가격 할인 등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지난달 3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XM3와 QM6 등 주력 제품 상품성을 보완했다"고 했다.

이 밖에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하이브리드 SUV 조기 출시도 적극 검토 중이다. 신형 하이브리드 SUV는 중국 지리차와 스웨덴 볼보가 공동 개발한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 플랫폼을 토대로 개발하고 있다. 

(왼쪽부터) SKT, KT, LG유플러스 사옥. (사진=각 사)
(왼쪽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본사 사옥. (사진=각 사)

◇ 통신업계, ‘탈통신’ 가속도···AI·플랫폼 사업 확대

최근 경기 침체와 대외 경제 불확실성 고조로 각 산업 별 업황 악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AI·플랫폼 등 '탈통신' 신사업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SKT는 올해 'AI 컴퍼니' 도약을 본격화하고 전 사업에 AI를 적용한다. 지난 6월에는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 '에이닷'의 기능과 사용자 경험(UX)을 고도화했으며, 종합 구독 서비스 'T우주'를 AI 구독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등 유무선 통신, 미디어 등 기존 핵심 서비스에 AI를 적용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 외에도 지난달에는 기업·공공용 생성형 AI 시장 공략을 위해 자사와 타사의 거대언어모델(LLM)을 조합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멀티 LLM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KT는 2025년까지 로봇 플랫폼·교육·헬스케어 등 AI 관련 사업에서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6일 캐나다 벡터 연구소와 함께 KT의 초거대 AI '믿음(Mi:dm)'의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또 지난 11일에는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AI 교육 플랫폼 '콴다'에 약 2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와 함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KT는 향후 AI 사업화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방형 AI 생태계를 조성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1일 AI 우수 개발인력 영입을 위한 '데브렐' 콘퍼런스를 LG유플러스 서울 마곡사옥에서 개최하고 전시관·미술관 등 문화 산업 이용 고객들의 관심사를 AI로 분석해주는 전용 솔루션 '컬쳐플러스'를 선보였다.

또 올해 초 전기차 충전 서비스 '볼트업(VoltUP)'을 선보이고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차 충전 사업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등, 통신사로서는 이색 사업인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처럼 통신업계가 탈통신 전략에 힘을 쏟는 이유는 알뜰폰 시장의 성장, 5G 순증 가입자 감소 등으로 장기적인 실적 성장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통신 본업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각 통신사들도 AI, 로봇, 콘텐츠 사업 등 신사업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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