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주범' 지목된 50년 주담대···당국 갈지자 행보에 줄중단
'가계빚 주범' 지목된 50년 주담대···당국 갈지자 행보에 줄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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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경남은행, 이달 말까지만 판매···재개 '불투명'
'연령제한' 조건 도입···가계대출 '땜질식' 처방 논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들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판매를 줄줄이 중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50년 주담대를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추가 규제 가능성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차주들의 원리금 부담 완화를 위해 50년 만기 주담대를 적극 권장해 온 금융당국이 돌연 태도를 바꾸면서 은행권과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NH농협은행과 BNK경남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이달 말까지만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농협은행은 상품을 취급한 지 두 달 만, 경남은행은 2주 만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5일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혼합형)'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판매 한도를 2조원으로 설정했는데, 지난 17일까지 판매액이 7000억원을 넘겼다. 이 추세라면 곧 한도 2조원을 채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당 상품을 이달 말까지만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한도 2조원을 채워 판매를 중단한다는 게 은행 설명이지만 50년 주담대 증가세를 향한 당국의 부정적인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당국은 은행들이 50년 주담대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한 탓에 가계부채가 늘고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경남은행도 오는 28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 경남은행의 경우 한도가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당국 기조에 맞춰 상품을 일시 중단한 후 연령대별 사용 목적 등 분석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향후 연령 제한 등에 대한 당국과 은행 공통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이에 맞춰 판매 재개를 검토할 예정이다.

50년 주담대를 취급하는 다른 은행들도 연령 제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Sh수협은행은 이달 말부터 50년 주담대에 대해 '34세 이하' 가입조건을 추가할 예정이다. DGB대구은행도 '34세 이하' 대출자에게만 50년 만기 상품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신한은행과 광주은행의 경우 상품을 출시할 때부터 각각 34세·50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뒀다.

50년 주담대에 대한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은행권에서도 당혹스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애초 금융당국은 만기가 긴 50년 주담대를 통해 차주들의 원리금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부터 은행권에 상품 출시를 적극 권장해왔다. 이에 은행들은 기존 30~35년에 맞춰져 있던 주담대 만기를 50년으로 늘리고자 상품구조 분석에 돌입했고, 올해 상품 출시에 나섰다.

만기가 50년으로 길어지면 매월 원리금은 줄어들고 갚아야 할 이자총액은 늘어나게 되는데, 주담대는 대부분 중도상환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결국 대출자에게 유리한 상품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50년 주담대가 인기를 얻은 영향으로 올해 은행권이 가계대출 역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은행과 대출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윈윈(Win-Win)' 상품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태도가 돌변하면서 은행들은 당장 상품 판매를 중단해야 할지 눈치 보기에 들어가고 있다. 일부 은행들 중에선 당국의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 확대' 기조에 맞춰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50년 주담대 규제 강화 기조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상황에 따라 몇 개월 단위로 대출관리 방식이 급변하는 것을 놓고 당국이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은 부동산시장 회복, 금리 하락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데, 특정 상품을 주범으로 몰아가면서 이 상품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 큰 상태"라며 "당국이 50년 주담대 상품 출시를 독려했던 게 불과 몇 개월 전인데, 현재 분위기상으론 줄중단하는 상황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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