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신용등급 강등에 금융시장 '흔들'··증시 급락·환율 급등
美신용등급 강등에 금융시장 '흔들'··증시 급락·환율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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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2011년 S&P 강등 학습효과···영향 제한적일 것"
2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2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신민호 기자]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자 2일 코스피는 2% 가까이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4원 넘게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1년을 떠올리면서도 이번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이날 국내 증시는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파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외국인의 현/선물 매물 출회가 확대되면서 지수 하락 부담을 높였다.

김석환,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프로그램 순매도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급락 장세가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도 10원 이상 상승하며 약세를 보였다"며 "외국인의 매물 출회와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50.60p(1.90%) 하락한 2616.47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15.54p(0.58%) 내린 2651.53으로 시작해 장 초반 회복하는 듯 했으나 오전 10시 경부터 줄곧 하락했다. 

코스닥 역시 전 거래일 대비 8.50p(0.90%) 낮은 931.17에 장을 시작해 하락폭을 확대하며 29.91p(3.18%) 내린 909.76으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상승한 종목은 232곳, 하락한 종목은 655곳, 변동이 없는 종목은 47곳이었다.

투자자별로 보면 이날 개인은 코스피 7728억원어치, 코스닥 5544억원어치, 선물 1조2954억원어치 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는 각각 875억원, 6866억원어치를, 코스닥에서는 3268억원, 1998억원어치를 순매도해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선물의 경우 외국인은 2조2952억원어치 팔았지만 기관은 5660억원 매수했다.

아시아 증시도 휘청거렸다. 니케이225는 768.89p(2.3%) 하락한 3만2707.69를, 상해종합은 29.259p(0.89%) 내린 3261.69, 항셍은 447.92p(2.24%) 떨어진 1만9563.20을 기록했다.

코스피 시총 상위 30개 종목 중에서 오른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1.07%), LG(0.47%), 삼성전기(1.89%), 삼성화재(0.83%) 등 4종목 뿐이다.

POSCO홀딩스(-5.80%), 카카오뱅크(-5.23%)처럼 5% 넘게 하락한 곳도 있었다. 삼성전자(-1.69%), LG에너지솔루션(-2.33%), 현대차(-3.46%), NAVER(-2.36%), SK이노베이션(-3.90%) 등 상당수 종목이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14.7원 오른 달러당 1298.5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0일(1306.5원) 이후 약 한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올해 3분기 차입금 추정치를 1조70억달러로 기존 대비 3000억달러 상향 조정했다. 3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직후 채권발행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확대되며 채권금리가 상승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 대비 1.62% 상승하며 4%를 돌파했다. 2년물 금리 또한 4.879%까지 상승했다.

7월 미 ISM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도 46.4로 예상치(46.5)를 하회하는 등 경기지표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에 위험선호 심리가 위축되며, 유로·파운드 등 주요국 통화 가치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 특히 엔화는 장중 달러당 143.3엔까지 절하됐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시장에서 일회성 요인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오히려 국가부채 경계감이 부각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리스크를 자극했다. 이에 위험선호심리가 위축되면서 환율이 상승했으며, 당분간 상방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날의 시장 상황을 2011년에 빗대 분석했다.

지난 2011년 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부채 한도 인상을 놓고 대립하자 미국긔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그 여파로 미국 증시는 15% 이상 폭락했고, 충격이 글로벌 증시 전체로 확산한 바 있다. 당시 코스피지수는 6거래일만에 17%나 급락했다.

다만 이번에는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겠으나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성현,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강한 랠리를 이어왔고,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4%를 넘나들면서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다소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이번 이벤트가 발생한 점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미국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달러, 유로, 엔화 가치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2011년 신용등급 강등 2개월 후 미국 증시가 반등하는 등 장기적으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지 않았다. 또 최근 미 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 사이클에도 신용리스크가 진정되는 분위기라 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 리서치본부 자산배분전략부는 "한국 주식의 경우 경기 사이클 반등 국면에 있기 때문에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코스피 12Mfwd EPS는 상승을 지속할 것"이라며 "환율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요인이지만, 연쇄작용으로 인한 추가 이슈가 발생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달러는 약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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