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로 번지는 美·中 무역갈등···韓 업계 '불안한 꽃길'
배터리로 번지는 美·中 무역갈등···韓 업계 '불안한 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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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IRA 허점 뚫고 韓 기업과 합작 회사 설립
美, 합작사 규제 마련 고심···국내 영향 불가피
왼쪽부터 포스코퓨처엠 정대헌 부사장, 포스코홀딩스 유병옥 부사장, 이경섭 전무, CNGR 덩웨이밍 회장이 21일 이차전지용 니켈과 전구체 합작법인 투자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지난 6월 21일 포스코홀딩스와 중국 CNGR이 이차전지용 니켈과 전구체 합작법인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포스코퓨처엠 정대헌 부사장, 포스코홀딩스 유병옥 부사장, 이경섭 전무, CNGR 덩웨이밍 회장. (사진=포스코홀딩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배터리로 확장될 분위기다. 우리 배터리 업계에도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4개월 동안 중국 배터리 관련 기업 5곳이 한국에 총 40억 달러(약 5조1000억원)를 투자했다. 이들 기업은 한국 배터리 업체와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전북 새만금에 공장도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진출한 중국 배터리 기업만 해도 론바이와 화유코발트, 거린메이 등이다. 이들은 각각 LG화학, 포스코퓨처엠, SK온, 에코프로 등과 합작해 전구체·니켈 등을 생산하기로 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당장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를 피해 한국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IRA는 전기차 배터리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의 광물을 일정 비율 확보해야 한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이 같은 조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은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의 배터리 기업과 협력하려는 것이다. 

IRA를 우회한 이 같은 합작 회사가 늘어나면서 미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제임스 리 KB증권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IRA 세액공제 수혜 대상에서 중국과 한국의 합작회사를 언제든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배터리 소재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은 미국 포드 자동차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3월 마크 루비오 공화당 하원의원이 IRA 보조금을 차단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또 지난달에는 미국 하원이 합작법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합작법인의 미국 공장에서 고소득 일자리가 중국인들에게 주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CATL이 중국 공산당, 신장 위구르 강제노동에 연관됐는지 조사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하원이 중국 합작법인에 대한 보조금 차단책을 마련한다면 한국의 합작법인도 걸려들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포함한 외국 우려 기업의 부품 조달 여부에 따라 규제를 적용하는 개정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미국이 합작회사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고 IRA 보조금을 차단하게 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지분 인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LG화학은 저장화유코발트와 합작회사가 미국으로부터 해외 우려 기업으로 지정된다면 지분 전액을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과의 합작회사가 미국의 규제 대상에 오르게 된다면 중국은 배터리 소재에 대해서도 수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미 중국은 이달 1일부터 갈륨, 게르마늄 등에 대해 수출을 규제하기로 했다. 

중국과 한국의 배터리 연결고리가 끊어진다면 배터리 소재에 대한 추가 규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양극재 핵심 소재인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전구체의 중국산 비중은 99.99%다. 또 다른 양극재 핵심 소재인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의 중국산 비중도 91.94%에 이른다. 

미중 무역갈등 가운데 자원 무기화 양상이 거세지면서 배터리 소재의 무기화 가능성도 염두해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당장은 미국에서 합작 회사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섣불리 합작 회사에 대해 규제할 경우 미국 자동차 기업들 역시 전기차 생산이 사실상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의 오익환 부사장은 “미국이 중국을 전기차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한중 합작 회사를 규제한다면 전기차를 만들 수 없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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