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신료 분리징수 개정안 발효 첫날···현장 '혼란·우려'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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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재정 타격 클 것···공영방송 독립성, 관련 업종 일자리 위협"
김의철 KBS 사장, 대국민 호소문 발표···12일 헌법소원 제기
이례적인 공표 후 '즉시 시행'···현장서 분리 징수 방법에 혼선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재가한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전기요금 청구서가 꽂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재가한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전기요금 청구서가 꽂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KBS·EBS 등 공영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12일 본격 발효됐다.

이에 따라 지난 1994년 이후 약 30여년간 전기요금에 합산돼 청구된 TV 수수료는 별도 고지서로 청구될 예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이례적으로 공표 후 바로 시행되는 방향으로 결정된 만큼, 약 3개월의 시스템 준비 기간을 가지고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동시 청구한다고 밝혔다.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난 11일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TV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완전히 분리해 고지하고 징수하기 위해서는 한전과 KBS가 협의를 통해 TV 수신료 고지서를 별도 제작·전달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위한 수납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 약 3개월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분리 징수가 도입이 KBS 등 공영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국민의 수신료 납부 의무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방송법 제64조에 따르면 TV 수신료는 TV 수상기를 가지고 있는 모든 전기 사용자가 내야 할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만일 TV 수상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수신료를 내지 않을 경우 미납 수신료의 3%만큼 가산금을 부과하게 된다.

정부는 분리징수 제도 도입을 통해 TV가 없는 세대가 수신료를 내지 않을 권리를 강화하고, 수신료에 대한 국민 관심과 권리 의식을 높이기 위해 이번 개정안을 공표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용자의 조세 금액을 높이고 공영방송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선욱 KBS 전략기획실장은 "수신료 분리 징수가 마치 국민에게 수신료 납부 여부에 대한 선택지를 주는 것처럼 소개되고 있지만, 결국은 조세 방식의 차이"라며 "한전을 통한 수신료 징수가 개별 조세 모델로 가면 통상 금액은 오르고 공영방송 독립성 상실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주장했다.

KBS와 정치권 등에서는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고지서로 통합 징수하던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게 될 경우 연 6900억원대의 수신료 수입이 약 1000억원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미납 수신료로 쌓이는 가산금이 월 수신료 2500원 기준 약 70원으로 높지 않은 데다, 미납자에 대해 KBS가 강제 집행에 나서기엔 제한이 있기 떄문으로 풀이된다.

KBS는 TV 수신료 미납자에 대해 방통위 승인을 받아 국세 체납에 준하는 강제 집행을 할 수 있지만, 단전 등 강제 조치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KBS가 강제 집행을 위해 방통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과 관련해 공영방송을 정권 입맛에 맞추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들의 수신료 미납으로 재정이 악화될 경우, 집행 허가를 받거나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해 정권에 우호적 보도 또는 상업성에 치우친 프로그램을 편성해 독립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그간 KBS가 수신료에 걸맞은 공적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신료는 KBS에만 쓰이지 않는다. 분쟁 지역 특파를 위한 국제 뉴스, 지역 특성에 맞는 지역방송국 운영, 사교육 경감과 보편교육을 위한 EBS 프로그램 등 각종 공적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공영방송의 필수 재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단순 KBS만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공영방송과 연관된 고용 시장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으로 공영방송의 재정 여건이 불확실해진 만큼, 방송사에서 제작비 감축에 나선다면 방송 작가, 프리랜서 PD, 비정규직 리포터·캐스터 등 고용자들이 생존권에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KBS는 이번 개정안 공표로 수입 감소가 예상됨에 따라 따라 지난 10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신규 사업을 모두 중단한 바 있다.

KBS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12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김의철 KBS 사장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수신료 분리 고지가 국민에 막대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KBS가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데 써야 할 수신료 약 2000억원을 징수 비용으로 낭비할 수밖에 없고, 공익 목적의 프로그램 축소·폐지가 불가피하다"며 "지난달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에 가처분을 신청하고 헌법 소원을 제기한 데 이어 오늘 시행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을 담아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시행령 공표 첫 날인 12일 한전과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현장 곳곳에서는 TV 수신료 분리 납부 방법에 대한 문의 전화가 빗발치며 혼란이 빚기도 했다. 한전 측은 '관리사무소에서 분리 납부 조치를 취해줄 것'이라는 취지로 안내하고, 관리사무소에선 '개별 세대의 분리 납부는 불가능하다'고 안내하는 식이어서 혼란이 가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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