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또 ESG채권 열풍···비용 절감·이미지 개선 '일석이조'
카드업계 또 ESG채권 열풍···비용 절감·이미지 개선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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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롯데, 6200억 규모 소셜본드 발행
현대카드 2500억 규모 녹색채권 발행
발행 금리 경감·이미지 제고에 효과적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카드업권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열풍이 불고 있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사회적 채권부터 친환경 목적의 '그린본드(Green bond)'까지 그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는 데다, '착한 카드사'로써 이미지 제고에 효과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9일 신한카드는 2억3000만유로(약 3200억원) 규모의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성공했다. 평균 만기 5년이며, 통화·금리 스왑을 통해 환율과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 요인을 제거했다.

ABS란 유동화전문회사(SPC)가 매출채권이나 회사채 등의 자산을 담보로 설정해 발행하는 유가증권을 뜻한다. 다만 이번 ABS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발행하는 '소셜본드'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신한카드는 이번 ABS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저신용자,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금융지원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같은 날 롯데카드 역시 3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KB국민은행이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3개월 단위로 롤오버(roll-over)돼 3년 후 최종 상환되는 구조다.

조달된 자금은 신한카드와 마찬가지로 저소득층과 영세·중소가맹점 등에 위한 금융서비스 지원 목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롯데카드는 이번 ABCP를 2021년 글로벌 ESG 인증기관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로부터 적격성 인증을 받은 'ESG 프레임워크'를 기초로 발행했다.

친환경 사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도 나왔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9일 발행한 25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해당 채권은 카드업계 최초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가이드에 따라 발행된 것이 특징이다. K-택소노미는 특정 기술이나 산업활동이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그린워싱(위장 친환경)'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해당 채권은 만기 3년(500억원), 4년(500억원), 5년(1500억원)으로 구성됐다. 현대카드는 이번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의 금융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카드업계에 ESG 채권 열풍이 부는 것은 최근 기후변화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상공인 취약계층 문제 등이 불거지며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사들의 경우 2025년부터 ESG 공시가 의무화되는 등 기업의 필수 경영평가 지표로 부상한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우리카드의 굿네이버스 후원금 전달식에 참석해 "카드사 등 2금융권은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지만, 합리적인 여신 심사를 통한 서민 자금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경기 침체기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 공급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우리카드는 이날 채무자 연체채권 감면비율 상향 등이 담긴 상생금융방안을 발표하면서 카드업계 전반에도 이런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 가운데 ESG 채권을 통한 취약차주와 영세가맹점 등을 위한 지원과 투자는, 당국과 사회의 기대에 부합하면서 '착한 금융사'라는 인식을 조성하기에 합리적 대안이라는 평이다.

ESG 채권 발행은 조달비용 절감과 효율화 측면에서도 유효한 전략이다. ESG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청약 경쟁률을 높여, 일반 회사채 대비 발행금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앞서 카드사는 2021년에도 이런 이유에서 월평균 2725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실제 현대카드가 지난달 발행한 채권의 표면 이자율은 4.227~4.435%이다. 올해 초(1월 9일) 발행한 800억원 규모의 장기채 금리가 5.146%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를 0.711~0.919%p 낮춘 셈이다. 만기가 긴 장기채 위주로 구성돼 비용 조달에 대한 안정성이 보장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SG 채권 주된 목적은 크게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과, 기업의 ESG 경영 전략의 일환 등으로 볼 수 있다"며 "현재 공시 등 ESG 채권시장의 정교한 작동을 위한 여건들이 조성되고 있다. 향후 규모가 커지고 시장참여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ESG 채권 시장의 성장 모멘텀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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