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인터넷은행' 빗장 풀렸지만···업계, 실효성 '반신반의'
'제4 인터넷은행' 빗장 풀렸지만···업계, 실효성 '반신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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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문은행 심사방식, 인가 정책→상시 심사 전환
업계서 기대·우려 교차···규모 작고 '제 살 깎기' 지적도
당국 "기존 3사 성과·평가 아직 불명확···제반상황 감안"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은행권 경영, 영업관행, 제도개선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은행권 경영, 영업관행, 제도개선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구축된 과점체제에 메스를 들이댄 금융 당국이 그동안 닫혀있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문을 열기로 했다. 충분한 자금력 등 법령상 요건만 갖췄다면 언제든 신규 인가를 적극 검토,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는 위협적인 상대인지에 대해서는 당국도 아직까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3사의 성과나 국민경제적 영향에 대한 평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심사 때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다. 신규 플레이어를 위한 문은 활짝 열어두되 인가심사 과정에서 여러 요인을 깐깐하게 보겠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서는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가능성을 두고 미리 득실을 따져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로운 사업자가 가세해 파이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추가 인가로 은행권의 기존 구도를 깰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업권 내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교차한다.

◇"법령상 요건 등 갖췄다면 신규 인가 적극 검토", 왜?

금융위원회는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당국은 대형 시중은행들이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손쉽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판단, 은행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바꿔나가겠다고 공표했다.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하자는 구상도 '은행권의 경쟁 유도'라는 큰 물줄기에서 비롯됐다. 은행의 경쟁자를 늘리면 금융생태계가 발전하고, 결국에는 금융소비자들의 편익이 커지리란 논리다. 이 과정에서 혁신을 내세우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과점체제 해소의 핵심 주체 중 하나로 떠올랐다.

우선 당국은 인가 정책을 한층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당국이 인가방침을 발표한 이후에야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가 가능했었지만, 앞으로는 수요가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게 골자다.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달렸으나 현행 법령상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금 요건은 250억원 이상으로, 시중은행(1000억원)에 비해 문턱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업계에선 '법률상' 명시된 최저자본금 요건을 채우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평이다. 단, 물적·인적 설비나 대형 은행과의 경쟁을 위한 무기를 장착하는 데 드는 추가 자본을 끌어모으는 것이 시장 진입을 위해 진짜로 넘어야 하는 기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자본력 등을 고려했을 때 네이버파이낸셜과 키움증권을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당국은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인식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은행 간 경쟁의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 지방은행 신규인가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언제든 경쟁자가 생길 수 있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을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성과·영향력에 의문부호···"심사과정서 꼼꼼히 따져볼 것"

문제는 실효성이다. 정부의 의지와 달리 금융권 안팎에서는 '추가 인터넷전문은행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출범 이후 업권 경쟁이 일부 촉진된 측면이 있지만, 아직 유의미한 경쟁자 역할을 하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는 높은 편의성이라는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3월 기준 총 자산규모는 46조84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9조2051억원)에 비해 19.5%가량 늘었으며, 같은 기간 케이뱅크(18조7871억원)와 토스뱅크(24조7626억원)도 각각 39.5%, 13.7% 성장했다.  

이런 빠른 성장세에도 은행권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로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3사의 예금은 은행권 중 2.6%, 대출은 2.0% 비중을 차지했다. 시중은행 대비 규모가 작은 데다 기대했던 메기 효과보다는 틈새시장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4호 인터넷은행이 나온다면 대형 시중은행보다 기존 인터넷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제 살 깎아먹기 양상으로 갈 공산이 크다"며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경쟁으로 인해 매력적인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그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점체제를 흔들려면 신규 사업자의 규모도 상당해야 하는데 인터넷은행의 경우 한계가 있다"면서 "기존 3사의 성과나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 해외발 위기로 인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잖다"고 짚었다. 

이렇다 보니 당국 역시 신규 인가 문을 열어두겠다는 기본원칙을 유지하겠다면서도 신중론을 함께 내비치는 눈치다. 신규 인가 때 3개사의 성과를 비롯해 안정성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기존 은행들의 서비스가 부족했거나 비효율적인 부문에서 경쟁촉진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의 역사가 일천하고, 외국에서도 성과가 혼재돼 있는 만큼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 및 장·단점을 인가 심사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오랜기간 영업을 지속해오면서 그 성과와 국민경제에 대한 영향 평가가 어느 정도 이뤄져 온 기존 은행들과는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현재 영업 중인 3개사의 성과 및 국민경제적 영향에 대한 평가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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