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사업확장' 위기 맞나···타워 세미컨덕터 합병 무산 가능성
인텔 '파운드리 사업확장' 위기 맞나···타워 세미컨덕터 합병 무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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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파운드리 2위 목표에 장애물
美·中 갈등, M&A 승인 지연 정치적 수단 돼
(사진=인텔)
(사진=인텔)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2030년까지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2위에 오르겠다며 대대적 사업 확대를 예고한 인텔이 암초를 만났다. 최근 인텔은 세계 곳곳에 파운드리 설비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막상 지난해 인수한 '타워 세미컨덕터'(Tower Semiconductor)의 인수합병(M&A) 승인을 중국 당국으로부터 받지 못하면서 합병 무산 위기에 놓였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시장 규제 관리국(SAMR)은 인텔이 2022년 인수한 이스라엘 파운드리 기업 타워 세미컨덕터에 대한 기업합병 승인을 위해 추가 자료를 제출할 것을 인텔 측에 요청했다. 

타워 세미컨덕터는 지난해 기준 파운드리 업계 점유율 8위로, 특히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2월 약 7조원을 투자해 이 기업을 인수했다. 

인텔은 한동안 파운드리 사업에 투자를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타워 세미컨덕터 인수와 함께 파운드리 사업 확대 계획을 밝혔다. 인텔의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 매출은 8억95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2%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더 이상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 위주로는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파운드리 사업에 공격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일환으로 인텔은 최근 독일, 폴란드, 이스라엘 등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잇따라 발표했다.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 확대의 단초가 될 타워 세미컨덕터 합병 승인이 계속 늦어짐에 따라 사업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인텔 측은 당초 올해 초 중국 당국의 합병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중 갈등 속에 중국 정부의 합병 승인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인텔 측은 올해 상반기가 끝나는 6월 말까지 인수 절차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인텔의 이스라엘 지사 측은 성명서를 통해 "특정 규제 승인 및 관례적 마감 조건에 따라 2023년 상반기에 거래가 종료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노골적인 합병 승인 지연에 자칫 합병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미 중국은 기업의 합병 승인 지연을 자국 산업에 유리한 무기로 쓴 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문 인수다. 중국 반독점 당국은 SK하이닉스의 인수 발표 14개월 만에 합병을 승인했고, 중국 내 생산 확장 등 6가지 조건을 달았다고 전해졌다. 인수 승인을 지연하면서 최종적으로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조건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미중 갈등 속 중국은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에 안보 문제를 제기하며, 이 기업에 제재를 가하는 등 미국 측의 반도체 산업 보호조치에 대항해 합병 승인을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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