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근원인플레 둔화 더뎌···금융리스크 유의해야"
이창용 총재 "근원인플레 둔화 더뎌···금융리스크 유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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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창립 73주년 기념 행사서 밝혀
유동성 관리 체계 등 변화 필요성 언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물가오름세가 낮아졌지만, 기조적 물가흐름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이 아직 더디게 둔화되고 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입니다."

1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창립 73주년 행사'에서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앞으로도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를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를 함께 고려하면서 정책을 더욱 정교하게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그는 지난 한해에 대해 "급박한 경제상황 속에서 여러분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 쉼없이 움직였던 한 해"라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작년 하반기 미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고, 설상가상으로 레고랜드 사태가 겹치면서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이 심화됐다"며 "한은은 정부·감독당국과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위기 극복에 일익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튼튼한 은행 부문이 큰 버팀목 역할을 해 주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총재는 "최근 주택시장의 부진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부문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 시계에서는 금융불균형이 재차 누증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협력해 가계부채의 완만한 디레버리징 방안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한해에 대해서는 녹록지 않을 한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올해는 국가별로 물가오름세와 경기상황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물가와 성장 간 상충관계(trade-off)에 따른 정교한 정책대응이 중요해졌으며, 그 과정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능력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감한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금까지 한은의 주된 정책대상은 은행이었다. 그러나 비은행 금융기관의 수신 비중이 2000년대 들어 은행을 넘어섰고, 은행·비은행 간 상호연계성도 증대됐다"며 "은행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국민경제 전체의 금융안정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이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며 "감독 기관과의 정책 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을 통해서라도 금융안정 목표 달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동성 관리 수단의 유효성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기조적 경상수지 흑자로 국외 부문으로부터 대규모 유동성이 계속 공급됐기 때문에, 한은은 이를 흡수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 운용했다"며 "그러나 대내외 경제 구조가 달라졌다. 유동성 조절도 흡수 일변도에서 벗어나 탄력적으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도록 제도나 운영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모바일 뱅킹 등 IT기술 발달로 기관 간 자금흐름이 대규모로 신속하게 이뤄지고 위기 전파 속도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면서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상시적 대출 제도 등 위기 감지 시 즉각 활용 가능한 정책 수단의 확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도 강조했다. 그는 "선배들께서 쌓아온 업적 위에 새로운 전통을 만들면서 한은의 위상을 높여 나가자"며 "특히 젊은 직원들이 그 변화의 한 가운데 우뚝 서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젊은 직원의 아이디어와 간부들의 경험이 어우러질 때 법고창신의 교훈을 실현할 수 있다"며 "올해는 중앙은행 본연의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변화를 선도하는 한은이 되도록 다 같이 노력하자. 저부터 앞장서고,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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