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페이전쟁서 '연전연패'···오픈페이의 굴욕
카드사, 페이전쟁서 '연전연패'···오픈페이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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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 내 카드사 비중 26.8%, 2년새 3.7%p 감소
오픈페이의 흥행 참패···애플페이에 밀려 영향력↓
QR결제로 새 도전?···"종합생활금융서비스로 확대해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페이전쟁’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다. 애플페이의 흥행, 네이버·삼성페이의 동맹 등 빅테크와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넓히는 동안, 카드사들이 야심차게 출시한 오픈페이는 별다른 성과 없이 소비자 뇌리에서 잊혀지고 있기 때문이다.카드사들은 QR결제 공통 규격화를 통해 주도권 탈환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빅테크사와 삼성·애플페이의 영향력에 밀려 흥행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9일 한국은행의 '2022년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금액은 7326억4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0.8% 증가했다. 2020년 말(4491억6000만원)에 비해선 63.1%나 급증했다.

제공업자별로 보면 희비가 엇갈린다. 지난해 카카오·네이버페이 등 전자금융업자(3511억5000만원) 비중은 47.9%로, 2020년과 비교해 2.2%포인트(p) 상승했다. 또 휴대전화 제조사(삼성페이, 1853억2000만원) 비중은 25.3%로 2년 새 1.5%p 늘었다.

그러나 카드사의 간편결제(1961억8000만원) 비중은 26.8%로 2년 전과 비교해 3.5%포인트(p) 줄었다. 카드사 감소분을 전자금융업자와 휴대전화 제조사가 나눠가진 형국이다.

◇야심차게 준비한 오픈페이, 애플페이에 밀려 '유명무실'

간편결제 서비스의 카드사 점유율 감소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3월 출시한 애플페이가 예상 이상의 흥행을 일으키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달간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수는 16만6000명으로 업권 최대 규모였다. 업권 1위인 신한카드의 신규 가입자수(11만9000명)를 5만명 가량 상회한다.

또 같은 달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는 제휴를 통해 각자가 취약한 온·오프라인 결제 영역을 보완했다. 실제 네이버페이의 4월 한 달 간 앱 신규 설치건수는 47만건으로 전월 대비 186%나 급증하는 등 양사간 시너지가 확대되고 있다.

반면 지난해 12월 카드사들이 야심차게 출범한 오픈페이 성과는 미미하다. 오픈페이의 정식명칭은 '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로, 한 카드사의 앱에 다른 카드사의 앱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빅테크와 삼성·애플페이 등의 공세에 맞서 카드사간 연합전선을 구축, 업권 경쟁력과 고객 점유율을 높인다는 의도에서 출시됐다.

그러나 출시 이후 오픈페이 성과는 미흡했다. 먼저 국내 9개 카드사 중 현재 오픈페이에 참가한 카드사는 신한·KB국민·롯데·하나카드 4개사 뿐으로, 범용성이 떨어진다. 또한 온라인 결제가 지원되지 않는 데다, 앱 푸시 기능을 통한 무료 카드 사용 알림 기능이 타사 카드에 적용되지 않는 등 사실상 오픈페이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QR결제로 새로운 연합전선 구축···"제2의 오픈페이일 뿐"

이에 그치지 않고 카드사들은 또 한번의 합종연횡을 시도한다. 지난달 BC카드를 제외한 8개 국내 카드사들은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 KIS정보통신, 카카오페이 등과 모바일 결제 공통 규격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모바일 QR결제 공통규격으로 'EMV(IC카드) QR'을 선택했으며, 다음달까지 공통 규격을 적용하기 위한 협의에 돌입한다. 현재 카드사별 규격이 제각각이라 QR결제가 한정됐지만, 공통 규격이 마련되면 국내 모든 가맹점에서 카드사 앱을 통한 QR코드가 가능해진다.

EMV는 접촉·비접촉·QR 및 온라인 결제 표준이 정의된 국제 규격으로, 해외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MST(마그네틱) 결제방식이 주가 되는 국내에서 QR코드를 선택한 것은 관광객 등 해외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의 경우 QR결제 기반의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EMV QR가 적용되면 소비자는 국내서 사용하는 간편결제를 해외에서 이용할 수 있고, 해외 간편 결제사들도 국내 가맹점에서 서비스를 쉽게 제공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의성과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페이가 점령한 오프라인 결제 시장 내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같은 시도가 과거에도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신한·롯데·BC카드 3개사는 QR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후 이 서비스에 하나카드와 NH농협은행이 합류하며 '모든페이'란 이름으로 리브랜딩, 서비스 확장에 나섰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고, 모든페이는 사실상 잊혀졌다.

이밖에 앞서 언급한 오픈페이나 BC카드의 NFC 간편결제 서비스 ‘BC페이’를 기반으로 한 ‘저스터치’ 등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이는 등 유명무실해진 서비스가 여럿이다. 이 때문에 공통 규격의 QR결제 역시 또 다른 오픈페이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단순히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것만으로는 빅테크 간편결제 앱을 능가해 성공하긴 어렵다"며 "자사 카드에서 모든 지급 결제수단으로, 결제 중심에서 종합 생활금융서비스로 카드업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카드사가 강점을 가진 데이터에서 가치를 찾아야 한다"며 "맞춤형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마케팅을 지원하는 등 가맹점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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