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전세사기 목동 빌라, '만기 보증금 폭탄' 우려
빌라왕 전세사기 목동 빌라, '만기 보증금 폭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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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빌라촌. (사진=노제욱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빌라촌.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근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 이모(30)씨가 세들어 산 서울 양천구 목동의 빌라 건물이 통째로 여러 '빌라왕'의 손에 넘어가 사기에 이용된 정황이 드러났다.

전체 11세대인 이 4층짜리 빌라는 2021년 3월 신축한 이후 몇 개월간 세입자들이 집중적으로 입주했다. 통상 빌라 전세 계약이 2년인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세대 계약기간이 끝났거나 만기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숨진 이씨 역시 내달 계약만기를 앞두고 있었다.

12일 부동산 등기부등본과 경찰,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이씨는 '빌라왕' 김모(사망 당시 42세)씨와 2021년 6월 보증금 3억원에 2년 전세계약을 맺었다. 3억원 중 2억여원은 대출을 받아 냈다. 

김씨는 대위변제, 즉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돌려준 전력이 있어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계속 전세계약을 맺어왔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를 임차인이 알 방법이 없었다. 김씨가 임차인에게는 보증보험 가입을 약속해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건물 신축 직후인 2021년 4∼5월 11채 가운데 5채를 사들여 곧바로 세를 놨다. 지난해 5월 1채를 팔아 10월 숨진 당시 4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등기부등본과 빌라 관리업체 설명 등에 따르면 김씨를 거치지 않은 나머지 6채 중 절반은 또 다른 빌라왕 정모(사망 당시 42세)씨가 2021년 6월 각각 2억7500만∼2억97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강서·양천구에 주택 약 240채를 사들여 세를 놓던 정씨는 이 빌라를 매입한 직후인 2021년 7월 제주에서 돌연 사망했다. 정씨의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39)씨는 지난 2월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 중이다.

나머지 3채는 또 다른 김모(51)씨 소유로 현재 모두 세무서 등에 압류돼 있다. 김씨 역시 2021년 7∼8월 3채를 2억6800만원∼3억3000만원에 매입했다. 김씨 역시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이름이라고 대책위 관계자는 전했다.

빌라 관리업체 관계자는 "김씨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며 "최근에는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업체가 빌라 관리를 위탁받은 2021년 8월에는 11세대가 모두 입주한 상태였다. 이 관계자는 "2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전세계약 만기가 도래했거나 도래할 예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빌라의 전월세 거래 신고내역을 보면 2021년 3∼6월 집중적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이들 계약 만기를 맞아 건물 한 곳에서만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하는 보증금이 수십 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이씨는 지난 8일 세들어 살던 빌라 2층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나 극단적 선택을 한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안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에서 특기할 만한 외상은 보지 못했다"며 "질병에 의한 사망했을 가능성이 우선 고려되지만, 부패가 진행됐고 관련 병력도 확인되지 않아 정확한 사인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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