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경기침체···지난해 역성장에 올해 전망도 하향
고환율, 고물가, 한미금리차 변수···섣부른 '예단' 경계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3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개최하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만약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가 동결되면 1년 7개월 만에 한은 금리인상 사이클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 수준까지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이후 9회 연속 금리를 동결, 1년 3개월간 0.5%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가계부채와 자산 가격이 폭등하는 등 금융 불균형이 확대되자 금통위는 2021년 8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후 지난달까지 7회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 기준금리를 3.5%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고강도 긴축을 단행했다.
◆경기침체 우려에···금리 동결론 '무게'
한은 금통위가 오는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경기침체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4% 감소하며,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분기(-3%)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5.8% 감소한데다, 제조업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견인한 민간소비도 전분기 대비 0.4% 감소하며, 마이너스 전환했다.
무역수지도 악화됐다.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 규모인 472억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이달 20일 기준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만 186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12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1.7%로 기존 대비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미국, 중국, 독일 등 주요국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것과 대비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기존 대비 0.3%포인트 낮췄다. 한은 역시 이번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기존 대비 0.2%포인트 하향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적 경기 요인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내수 하강 속도가 빠른 편"이라며 "코로나 이후 경제활동 효과의 소멸과 부동산 경착륙 가능성, 소비심리 부진 등은 금리인상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외식 물가가 둔화 흐름을 보인 가운데, 1월 금통위에서 위원들이 주목했던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공공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며 "2월 FOMC가 부재한 가운데, 미국 2월 물가·고용 지표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고물가, 한미 금리차, 고환율···기준금리 인상 요인 '여전'
문제는 기준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요인 역시 여전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물가를 꼽을 수 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었지만, 9개월째 5%이상의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등 정부의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공공요금 인상분이 반영되며 이달 2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에 재진입하는 등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됐다. 이에 지난 21일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국회 업무보고에서 "올해도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차 역시 금리인상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5%로, 미국(4.5~4.75%)보다 최대 1.25%포인트 높다.
또한 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5% 상승한 데다, CPI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0.7% 상승했다. 여기에 고용호조가 겹치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시장은 연준의 최종금리를 5.25~5.5%로 보고 있으며, 양국간 금리차가 상단 기준 최대 1.75~2%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이달 초 1220.3원(2일, 종가기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다. 지난해 고강도 긴축의 주요 근거 중 하나가 폭등한 환율이며, 지난달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을 주장한 일부 위원들이 최근 환율 불안을 언급한 바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3월 점도표가 상향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상방리스크"라며 "작년 한은 총재는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강화될 때마다 조건부 포워드가이던스의 전제가 달라졌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미 금리차가 역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단 부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특히 외환시장이 재차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추가 인상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다"며 "원화가 주요 통화 대비 절하 폭을 확대하고, 원·달러 환율이 높은 변동성과 함께 1350원을 상회할 경우 이러한 우려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정은 동결, 태도는 매파적···섣부른 '예단' 경계
현재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하되 기자간담회 등에서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가 예고대로 1% 중반대로 하향된다면, 금리 동결이 연내 인하 기대감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 연준 최종 기준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할 때, 한은 금통위는 시장 내 추가 변동성을 최대한 낮춰야 하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금통위는 이번 금리동결이 인상 기조의 종료 등 통화정책 전환(피벗)이 아닌, 인상의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쉬어간다는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동결이 완화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발언까지 완화적으로 돌아선다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등 물가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아질 수 있다"며 "한은 총재는 이번에도 성장을 우려하겠지만, 이전 금통위보다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며 매파적 발언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금통위의 정책결정이 기준금리 동결,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등 전반적으로 비둘기파적"이라며 "총재는 시장이 과도하게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할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데이터 디펜던트(경제지표 의존)를 강조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