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에 정기예금 증가폭도 역대 최대 기록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대출금리 상승 영향 등으로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감소세를 이어간 가운데, 은행 기업대출은 14조원 가까이 증가하면서 2009년 통계치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금리가 부쩍 높아진 정기예금에는 56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면서 증가규모가 역대 최대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2년 10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8217억원으로 전월보다 6288억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규모가 소폭 확대되고, 기타대출 감소폭이 다소 줄면서 지난 9월 대비 감소폭이 축소됐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794조7533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2718억원 증가했는데, 집단대출 등이 늘면서 증가 규모가 소폭 확대됐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집단대출의 경우 이미 분양이나 입주 물량이 결정돼 있고, 그에 따라 일정대로 집행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실수요 대출이 많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 기타대출은 1조9000억원 줄어든 26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금리 상승과 정부의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등 대출규제의 영향에 따라 감소세를 이어갔다는 설명이다.
반면 기업대출은 13조7030억원 늘어난 1169조163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0월 기준으로 통계 속보치를 작성한 2009년 6월 이후 최대치다. 한은은 "은행 기업대출은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회사채시장의 위축 영향으로 대기업의 은행 대출 활용 증가 등에 따라 높은 수준의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대출은 전월 대비 9조3072억원 늘었는데, 회사채시장 위축에 따른 대출활용 지속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도 운전자금 수요 지속, 부가가치세 납부 등 계절요인 등에 힘입어 4조3958억원 늘었다.
10월중 은행 수신은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6조7556억원 증가세를 나타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저축성예금으로의 자금 이동,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기업 및 가계 자금이 유출되며 44조2000억원 줄었으나, 정기예금은 전월 32조4812억원에서 56조2098억원으로 증가폭을 키웠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한은은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및 기업의 자금 유입 등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4조3672억원 늘며 증가 전환했다. 분기말 계절요인 해소, 국고 여유자금 유입 등으로 MMF는 6조4275억원 늘었으며 기타 펀드와 주식형펀드는 각각 2587억원, 3조824억원이 들어왔지만, 채권형펀드는 4조7064억원 빠져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