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가계대출 10개월째 '역성장'···기업대출 10조 늘어
5대은행 가계대출 10개월째 '역성장'···기업대출 10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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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한달새 1.4조 줄어···올해 15조 감소
기업대출 늘며 수익성 '방어'···대기업 비중 커
서울 시내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개월 연속 역성장한 가운데 기업대출이 한 달 새 10조원 이상 늘면서 가계대출 역성장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만회했다.

가계대출 역성장과 기업대출 성장은 시장금리 급등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가계대출 역성장은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이자부담을 줄이고자 대출 상환에 나선 가계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기업 입장에선 금리가 오른 탓에 직접 회사채를 발행하기보다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더 저렴해졌고, 여기에 자금시장 경색으로 회사채 발행마저 어려워지면서 결국 기업대출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6475억원으로 전월 말(695조830억원)보다 1조4354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10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12월 말 잔액(709조529억원)과 비교하면 10개월 만에 가계대출은 15조4054억원 줄었다.

대출상품별로 보면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이 123조6299억원으로 전월(125조5620억원)보다 1조9321억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508조3777억원에서 509조1357억원으로 7580억원 늘었다. 신용대출 감소분이 가계대출 감소분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가 모두 급등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갚기 쉬운 신용대출부터 빠른 속도로 상환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대표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금융채 6개월물 기준 연 5.56~7.29%를 기록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상품 최고금리는 모두 연 7%를 돌파했다.

가계대출 역성장이 지속되는 반면 기업대출 증가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04조6706억원으로 전월(694조8996억원)보다 9조771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만 보면 전월(7조4726억원)보다도 2조2984억원 늘었다.

기업대출 증가폭의 대부분은 대기업 대출이 차지했다. 지난달 대기업 대출 잔액은 107조1474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665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중기+개인사업자)대출은 681조8538억원에서 684조7040억원으로 2조8502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성장이 요원해지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 늘리기에 주력한 결과다. 여기에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면서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 대출에 의존한 것도 영향을 줬다. 특히, 시장금리 상승과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기보다 은행 대출에 몰려가면서 기업대출이 대폭 늘었다는 분석이다.

기업대출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 등 유동성을 공급해달라 요청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역성장은 고금리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최근 영업점에 기업대출 신청과 문의가 굉장히 늘었다고 한다"며 "지난달에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 대출이 많이 늘었는데, 앞으로는 당국 지침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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