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예금금리 4%시대 성큼···예금자 '반색'·대출자 '울상'
시중은행 예금금리 4%시대 성큼···예금자 '반색'·대출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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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직후 5대 시중은행 줄줄이 상향 조정
'역머니무브 가속화' 전망 속 "차주 부담 늘어날 것"
(왼쪽부터)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으면서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연 4% 시대'에 성큼 다가섰다. 기준금리 인상 직후 주요 은행들이 줄줄이 수신금리 인상에 나선 덕에 대표 수신상품인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대부분 3%대에 안착한 분위기다.

연말까지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된 터라 금융권의 수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증권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사이 시중 부동자금이 정기예금으로 더욱 몰릴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조달비용 부담 탓에 차주의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은 오는 29일부터 각각 수신상품 금리를 올린다. 이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인상한 직후 이뤄진 결정이다.

통상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수신상품 금리에 반영되기까지 일주일 정도가 소요되지만, 최근 은행들은 금리 반영 속도를 올리고 있다. 수신 경쟁을 벌이는 것과 동시에 은행별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시행 이후 '이자 장사' 논란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22일부터 전월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를 한눈에 비교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은행별 줄세우기가 가능해지면서 수신금리 인상에도 가속도가 붙었다는 것이다. 대출금리에 비해 예·적금 금리는 천천히 올린다는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다. 먼저 우리은행은 21개 정기예금과 26개 적금 금리를 최대 0.50%p 올렸다.

'우리 첫거래 우대 정기예금'을 최고 연 3.60%에서 최고 연 3.80%로 인상했으며, 다른 정기예금은 0.10~0.30%p 올렸다. 적금의 경우 '우리 200일 적금'이 0.50%p 올라 최고 연 3.10%로, 다른 적금은 0.10~0.25%p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18개 적금과 8개 정기예금 등 총 26개 수신 상품의 금리를 최대 0.30%p 인상했다. '369 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준 기본금리는 최대 연 3.10% 금리가 적용되고, '급여하나 월복리적금·주거래하나 월복리 적금'은 1년 만기를 기준으로 금리가 최고 3.70%에서 3.95%로 올랐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NH농협은행은 거치식예금 금리를 0.25%p, 적립식 예금 금리는 0.25∼0.40%p 인상할 예정으로, 월 복리 적금의 경우 최대 3.95%까지 금리가 높아진다.

정기 예금 16종과 적립식 예금 11종의 금리를 올릴 예정인 KB국민은행은 KB국민행복적금 1년 만기 정액적립식 기준으로 최고 금리를 5.25%로 상향 조정한다. KB국민행복적금은 취약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KB반려행복 적금은 최고 4%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상품별 가입기간에 따라 거치식 예금은 최대 0.25%p, 적립식 예금은 최대 0.40%p 올릴 계획이다. 6개월 만기인 '신한 땡겨요 적금'은 최고 연 3.60%, 신한은행 대표 적금 신한 알.쏠 적금 1년 만기는 최고 연 3.95%가 적용될 예정이다.

은행들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올린 만큼, 시중 부동자금이 은행권으로 몰리는 '역머니 무브' 현상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과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은행 예·적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 여기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됐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실제로 한은의 기준금리 줄인상 이후 수신금리가 크게 오르자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기준 712조4491억원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700조원을 돌파한 것.

다만 수신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차주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수신금리가 높아지면 은행이 수신 고객에게 줘야 하는 이자율이 상승하는데, 이렇게 은행의 자금조달 부담이 늘어나면 대출금리 역시 뛸 수밖에 없다. 차주의 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금리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수신금리를 조정할 여력이 있는 곳은 추가 상향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수신금리가 올라가면 코픽스 상승으로 이어져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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