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예대금리차 공시, '반짝'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
[초점] 예대금리차 공시, '반짝'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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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인하보다 예금금리 인상 '갭줄이기'
'예금금리↑→코픽스↑→대출금리↑' 불가피
궁극적 수혜 '예금 부자', 부담은 '대출 취약층'
공시만으로 한계···추가 개입은 관치논란 '부담'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광고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관련 광고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새정부의 금융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시행(22일) 이후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NH농협은행 등이 잇달아 대출금리를 인하한다.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은행들이 '금리 인하'를 통해 첫 반응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과 소비자 모두로 부터 '일률적인 줄세우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이같은 금리인하도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예대금리차 공시'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대금리차 공시 초기 은행들의 '깜짝 반응'이 지나고 나면 다시 시장논리에 따른 금리구조를 형성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은행들이 '암묵적 담합'을 통해 은행별로 예대금리차에 미세한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손쉬운 장사에 대한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만약 이같은 상황이 현실화되더라도 관치금융 논란에 대한 부담때문에 금융당국으로서는 더이상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 경우 단순히 '예대금리차 공시'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수준을 넘어 금융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어설픈 개입이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감독당국과 금융소비자들이 향후 은행들의 행보를 주시해야하는 이유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50%p(포인트) 인하했다. 생활안정자금 용도의 주담대 고정금리(금융채 5년물)와 변동금리(코픽스)도 각각 0.20%p, 0.10%p 낮췄다.

KB국민은행도 오는 2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혼합금리(고정금리)형 상품의 금리를 0.20%p 낮추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취약차주 금융지원책으로 NH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상품에 최대 0.50%p 우대금리를 신설하는데, 대출금리는 지표금리에다 우대금리를 빼고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금리인하' 효과와 같다.

문제는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거나 개선하기 위해선 대출금리를 낮추거나, 예금금리를 높여야 하는데, 은행권 역시 핵심 수익원인 대출 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리기 힘들다는 점이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출금리 인하 결정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예금금리를 높이는 것 역시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는 건 매한가지다. 수신금리를 올릴 경우 이에 영향을 받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가 올라가게 되고, 이는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주요 은행권은 예대금리차 공시 시행을 앞두고 수신(예금)금리 인상에 나섰는데, 이런 움직임은 다음달 중순에 발표되는 코픽스에 본격 반영되면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코픽스가 올랐다는 것은 은행의 조달 비용이 늘었다는 의미로, 은행 입장에선 대출원가 상승으로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달 '쏠 편한 정기예금' 금리를 1년 만기 기준 3.20%로, KB국민은행은 'KB Star 정기예금' 금리를 3.12%로 각각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11일 '하나의정기예금'의 금리를 연 3.40%로 최대 0.15%포인트 올렸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이달 초 예·적금 금리를 각 최대 0.8%포인트,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 때문에 예대금리차 공시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대출금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못박아야 하는데, '관치금융' 논란뿐 아니라 시장경제 원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저신용자나 취약계층 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부담 탓에 은행권이 이들에 대한 '대출 문턱'을 더욱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은행권이 수신금리 인상에도 적극 나서면서 현금을 많이 보유한 자산가들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당초 제도 도입 취지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이런 우려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대출·예금금리가 시장금리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닌 만큼 금리경쟁이 촉진되면 결국 수신금리가 높아지고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금리산출 프로세스가 시장금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만큼 당국의 이같이 설명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시중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금융회사들도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금리를 조정할 여력이 줄어든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낮추긴 어려울 거고, 예대금리차를 줄이는 측면에서 예적금 금리를 올리게 되면 전반적인 평균 금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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