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해진 청약시장···계약금 낮추는 단지 속출
싸늘해진 청약시장···계약금 낮추는 단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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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가입자, 1년 11개월만에 감소
분양가 낮춘 단지 등장···계약금 1천만원
주택들이 모여있는 서울 시내 전경 (사진=김현경 기자)
주택들이 모여있는 서울 시내 전경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전국적으로 아파트 청약 열기가 한풀 꺾이면서 분양 가격을 낮추거나 파격적인 계약 조건을 내거는 단지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압력으로 청약 시장에도 한파가 불어닥칠 분위기를 보이자 수요 이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646명, 7852명 줄었다. 서울 주택청약종합저축 총가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19년 12월 이후 약 1년11개월 만이다.

서울의 가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15년 3월과 2019년 12월, 지난해 11월과 12월 등 네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당첨되기만 하면 '로또'로 통하는 서울 청약이지만 매번 수백대 일, 수천대 일의 경쟁률에 지친 청약 포기자들이 통장을 해지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장을 해지하고 나중에 재가입하면 그간 가입했던 기간이 인정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달 기준으로도 서울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623만5865명으로 전달(623만5814명) 대비 51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청약통장은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비롯해 청약저축, 청약부금, 청약예금 등 총 4가지 유형이 있는데 이 가운데 현재 신규 가입이 가능한 통장은 2009년 출시된 주택청약종합저축이 유일하다.

서울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51명 늘어나는 동안 신규가입이 되지 않는 3가지 유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에서는 해지 등을 통해 2051명의 통장이 사라졌다. 지난달 서울에서 청약통장을 써야 하는 아파트 단지가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미아3구역 재개발)한 곳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사례보다 자발적으로 해지한 경우가 더 많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도 늘고 있다. 작년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1만7710가구로, 같은 해 11월(1만494가구)보다 25.7%(3616가구) 증가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월(1만3842가구)에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소를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으로 늘었다. 수도권과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각각 1509가구, 1만6201가구로 전달 대비 2.5%, 28.4% 늘어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들어 수도권 아파트 청약의 최저 가점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올해 첫 서울 분양이자 지난달 청약통장을 쓰는 유일한 단지였던 북서울자이폴라리스의 당첨 가점은 최저 54점(전용면적 38㎡ B형)으로, 지난해 서울아파트 청약 당첨 최저 가점 평균인 60점보다 6점이나 낮았다.

인천에서 청약 열기를 이끌었던 송도에서는 '송도럭스오션SK뷰'의 전용면적 84㎡에서 17점에 당첨된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초 같은 지역에서 분양된 '송도자이더스타'의 전용 84㎡ 당첨 최저 가점이 46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하한선이 대폭 낮아진 셈이다.

청약 열기가 식으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자 서울에서도 처음으로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가를 낮춘 단지가 등장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강북종합시장을 재정비해 216가구를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지난달 입주자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가를 재산정해 지난 18일 다시 공고를 냈다. 전체 22개 주택형의 평균 분양가는 기존 6억7077만원에서 6억5825만원으로 1252만원 낮아졌다.

분양가격이 10억원을 넘는 전용 78㎡는 최대 3550만원 떨어졌지만, 분양가가 8억원대인 전용 59㎡의 경우 가격이 최대 7240만원 올랐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대출이 어려운 주택형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평균 분양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분양가 외에도 계약금 정액제나 중도금 무이자와 같은 파격적인 분양 혜택을 강조하는 단지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계약금 정액제는 통상 분양가의 10∼20%로 책정되는 계약금을 1000만원, 2000만원 등으로 낮춰 상대적으로 초기 자금 부담을 적게 한 것이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은 통상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중도금의 이자를 건설사나 시행사가 대신 부담해주는 것이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완공·입주 직전 잔금을 낼 때까지 계약금 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도 없다.

이날 1순위 청약을 받는 경기 '평택화양휴먼빌퍼스트시티'는 계약금 정액제와 중도금 무이자 대출을 내걸었고, 이달 초 경북 포항에서 청약 접수에 나섰던 '포항자이 애서턴'도 같은 혜택을 내세워 29.8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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