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정확도 90% 자가검사키트, '가짜 양성' 24% 나온 까닭
[뉴스톡톡] 정확도 90% 자가검사키트, '가짜 양성' 24% 나온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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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허가 기준 민감도·특이도는 실제 검사 결과로 분석하는 양성예측도와 다른 개념
자가검사키트 사용법 영상 캡처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유튜브)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가 바뀌면서 자가검사키트 사용량이 급증한 가운데 정확도에 의문을 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 쓰이는 자가검사키트 정확도는 90%가 넘지만, 일부 선별진료소에서 양성 진단을 받은 사람 중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통해 진짜 양성으로 밝혀진 이는 76.1%에 불과하다는 수치가 나오면서다.

지난달 26∼31일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경기 평택시와 안성시 등 4개 지역 선별진료소에선 신속항원검사 8만4000건을 시행했는데, 이중 76.1%만이 PCR 검사에서 진짜 양성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쓴 4명 중 1명은 실제 감염되지 않은 가짜 양성으로 나온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에 대해 제품 허가 기준인 민감도·특이도와 실제 검사 결과로 분석하는 양성예측도가 서로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두 수치가 다르다고 해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민감도와 특이도는 이미 감염 여부가 확인된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검사해 자가검사키트의 성능평가(임상시험)를 하는 기준이다. 민감도는 감염된 환자를 양성으로 진단하는 확률이고, 특이도는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음성으로 진단하는 확률이다. 식약처는 임상시험을 통해 민감도 90%, 특이도 99% 이상으로 성능이 입증된 자가검사키트만을 허가해주고 있다. 체외진단기기는 양성인 사람을 양성으로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 음성인 사람을 음성으로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임상시험에선 감염자와 비감염자가 각각 누구인지 확인된 상태에서 양성 혹은 음성으로 진단되는지를 확인하기 때문에 이 값은 통제된 실험환경에서의 통계라고 봐야 한다. 민감도와 특이도로 표현되는 정확도와 실제 현장에서의 양성예측도가 달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가 발표한 1만명 대상 유병률 변화에 따른 양성예측도 추이, 민감도 80%·특이도 97% 진단기기 적용 (도식=식품의약품안전처)

양성예측도는 실제 현장에서, 누가 감염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가검사키트로 양성으로 진단된 사람 중 PCR 검사로 진짜 감염자를 확진한 비율이다. 양성예측도는 실제 현장의 감염 상황인 유병률에 따라 달라진다. 감염된 사람이 많으면 양성예측도는 올라가고, 감염된 사람이 적으면 양성예측도가 내려간다. 감염자가 많아지면 감염된 사람을 진단할 가능성이 커지고, 적으면 감염된 사람을 진단할 가능성도 작아지는 걸로 보면 된다.

예를 들어 국민 100명 중 3명이 감염된 상황을 가정했을 때 민감도 90%·특이도 99%인 자가검사키트를 현장에서 사용하면 양성예측도(자가검사키트로 양성이 나타난 사람 중 진짜 감염자의 비율)는 73.6%가 된다. 감염자가 국민 100명 중 10명일 땐, 양성예측도는 90.9%로 높아진다. 100명 중 1명만 감염된 상황이라면 양성예측도는 47.6%로 더 낮아진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 역시 감염 상황에 따라 양성예측도가 달라지는 추이(민감도 80%·특이도 97% 기준)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양성예측도를 자가검사키트의 허가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고 민감도와 특이도를 사용한 걸까. 식약처는 임상은 진단기기 자체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감염자의 수와 비감염자의 수를 제한하는 임상에서 측정하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진단기기 자체 성능을 훨씬 잘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양성예측도는 감염자의 비율처럼 기기 외적인 여건을 반영하면 값이 달라질 수 있어 성능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식약처는 민감도와 양성예측도 수치가 다르다고 해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자가검사키트에서 음성이 나왔더라도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거나 증상이 있으면 호흡기클리닉 등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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