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도 '직급·호칭 파괴' 열풍···'성과 중심' 조직문화 시도
보험사도 '직급·호칭 파괴' 열풍···'성과 중심' 조직문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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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의사 결정·민첩 대응 필요성 증대
"직제 변경 만병통치약 아냐···노력 필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보수적인 기업 문화의 상징이었던 보험사들이 직급을 없애거나 통합하는 등 잇따라 직급체계 실험에 나서고 있다. 직급 변경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체질·문화개선, 신속한 의사결정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보험업계에서 직제 변경 바람이 계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전무와 부사장을 통합하면서 '임원 패스트트랙(Fast Track)' 기반을 만들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선포한 '뉴삼성' 전략에 보조를 맞춰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임원직급을 4단계(상무·전무·부사장·사장)에서 3단계(상무·부사장·사장)로 축소했다.

한화생명도 올해 임원 직제를 조정했다. 한화그룹이 전사적으로 임원 직제를 변경하면서 한화그룹 상장계열사 중 가장 먼저 직제조정을 실시했다. 상무보 직급을 폐지했고 기존 5단계였던 임원직제가 4단계로 축소됐다. 상무보 자리가 없어지면서 일부 임원들의 직급 이동도 있었다. 상무보는 상무로, 상무는 전무, 전무는 부사장, 부사장은 사장으로 변경했다. 

직급 체계는 유지하나 호칭·사내 시스템에서 직급을 지운 보험사도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법인인 신한라이프는 올해 7월 출범하면서 호칭을 바꿨다. 관리자와 임원급인 팀장·상무·전무 호칭은 유지하고 대리·과장·차장 등 실무진들은 '프로'로 통일했다. 메신저·직원조회시스템과 명함에서도 직급은 프로로 표시된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서로 직급을 잘 알지 못한다는 얘기다.

법인보험대리점(GA)까지 직급체계 단순화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GA 1호 상장사인 에이플러스에셋은 최근 임원인사를 실시하면서 임원의 직급 체계도 간소화했다. 주임·대리·과장·차장·부장 직급은 모두 '프로'로, 상무보와 상무 직급도 '상무'로 통일했다. 

최근 보험사들이 직급 체계 손질에 나선 이유는 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빠른 대응이 필요해진 것에 기인한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비대면 경제 활성화되면서 기업 체질·문화 개선이 시급한 숙제로 떠올랐다. 의사결정을 빨리 내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 민첩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판단이 깔렸다.

실제 온라인 채용 플랫폼 회사인 사람인HR에서 직장인 1153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8%가 직급 간소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다.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수평적 조직문화 확대'가 59%로 가장 많았고 이어 '동등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부서간 협업 원활'(47.3%), '눈치보지 않고 책임감 있게 업무 진행'(37.1%) 등이 뒤를 이었다.

직급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는 분위기 변화도 한몫했다. 직급을 통합해 간소화하는 방향은 개인의 성과에 집중하겠다는 시그널과 같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직급이 단순해질수록 '때 되면 승진'하던 문화는 사라지고, 현장에서 개인 역량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험사의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히지만 직급 간소화가 내재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변화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임용성 한국아이비엠 상무는 "유연하고 독립적인 조직구조와 조직문화가 디지털 등 신사업 성공을 위한 선결과제"라며 "금융사의 체질과 조직 문화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기까지는 최소 1~2년의 시간과 조직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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