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新격전지 '마이데이터'···'빅테크 동맹' 기로에 선 카드사
금융권 新격전지 '마이데이터'···'빅테크 동맹' 기로에 선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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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마이데이터 시장 선점 경쟁 적극
"이종 데이터 결합···新서비스 개발 기회"
"윈윈 어려울 것···자사 경쟁력 확보 먼저"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정보 개방성 차원에서 빅테크와의 협업은 거스르기 힘든 흐름이지 않습니까. 결국 마이데이터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고객 편의성을 제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빅테크와 협업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A카드사 직원)

"기회가 될지, 역풍을 맞을지는 예상이 어려워 카드사 입장에서는 당장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카드사마다 시범사업이 끝나면 진열을 갖춰 다시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빅테크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이라면 모르겠지만 종속 우려도 있어서 다른 전략을 세우지 않을까 싶습니다." (B카드사 관계자)

마이데이터가 금융업계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마이데이터 대전(大戰)'에 참가한 카드사의 전략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권간 경계를 넘어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시점이라 그간 어려웠던 빅테크와의 제휴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미묘하게 다른 입장들을 내놓았다.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빅테크와의 협업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선과 데이터 유출과 경쟁력 문제로 어렵다는 시선이 엇갈렸다.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얻는 것도 잃는 것도 많은 게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14일 여신금융협회는 은행연합회에서 '여전사 디지털 리스트럭처링' 포럼을 개최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임용성 한국IBM 상무는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제대로 구현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맞춤 프로세스·조직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며 "여전사들이 빅테크와 협업하거나 경쟁하거나를 선택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카드사·보험사·빅테크 등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은 다양하다. 각사는 업권 특징과 자사 자원을 살려 마이데이터 사업에 임하고 있다. 그중 은행과 함께 금융권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라고 평가받는 업권은 카드업계다. 

현재 카드사 중에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곳은 국민·우리·신한·하나·현대·BC카드·롯데 등 7곳으로, 삼성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 카드사는 시범 운영 기간 중 '생활 밀착형 플랫폼', '통합 브랜드 출시'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핀테크와 협업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핀테크와의 협업을 마이데이터 서비스 개발, 고객군 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는 보맵과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에 대한 제휴를 맺어 리브메이트 앱에 보맵 서비스를 탑재했다. KB국민카드 고객이라면 보맵 서비스를 국민카드 앱에서 이용 가능하다. 하나카드는 하나금융그룹이 SK텔레콤과 합작한 핀테크 기업 핀크와 통합조직에 함께 몸담고 있다.

빅테크와의 협업 전략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입장은 핀테크 협업 전략과 맥락을 같이 한다. 마이데이터는 은행 계좌·신용카드 이용내역 등 금융데이터의 주인을 금융회사가 아니라 개인으로 정의하는 개념이다. 정보 생산의 주체인 고객의 니즈를 발빠르게 찾는 것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열쇠라는 얘기다.

예컨대 고객 개개인의 범주화된 쇼핑 내용을 분석해 혜택이 많은 카드 상품을 추천하거나 소비내역을 포함한 고객의 전체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가능한 대출상품을 추천하거나 카드사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비즈니스 확장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결국 '서비스 개발'과 '고객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특히 결제·소비 데이터가 많은 카드사의 경우 유통·쇼핑 등 이종 데이터가 많을 수록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온라인 쇼핑 채널을 가진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과 협업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결국 데이터 싸움인데 카드사 입장에서 유의미한 이종데이터는 결제·소비와 연관된 다른 데이터"라며 "같은 금융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면 협업 가능성이 낮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가진 데이터가 워낙 방대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전략상 협업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섣부른 협업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데이터가 쌍방향으로 이동하게 되면 빅테크 플랫폼에 오히려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이미 결제시장을 놓고 빅테크와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어 이런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플랫폼이 금융사보다 늦게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소비자와 접점이 넓다는 점에서 이미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본다"며 "데이터가 공유되거나 서비스를 함께 개발하게 되면 카드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질이 단기적으로 높아지겠지만, 채널 접근성 차원에서는 경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보가 점차 개방되는 흐름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 현업에서도 빅테크 협업에 대한 내용을 고려했던 것으로 안다"며 "현재는 자사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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