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변수' 돌발, 옴짝달싹 못하는 한은···"일단 지켜보자"
'코로나 변수' 돌발, 옴짝달싹 못하는 한은···"일단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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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길 '멈칫'...부동산 정책 '부담'
'지표 악화 확인→금리인하' 판단 내린 듯
이주열 총재 간담회 유튜브 등 생중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한국은행이 연 1.00% 기준금리,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멈칫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금리인하 압박이 거셌지만 실질지표 하락이 확인되기 전까지 '일단 지켜보자'는 관망세를 나타낸 것이다.

여기서 물러나면 금리를 더 낮출 수 없는 실효하한인 0%대 초저금리 시대를 연내 열어야 하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상태라는 얘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2월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해 7월, 10월 기준금리를 0.25%p씩 내려 역대 최저로 운용하고 있다.

이번 금통위 결정은 금융시장에서 예상한 대로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52개 기관)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81%가 2월 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을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이로 인한 실제 경제지표 변화를 지켜보자는 심리가 우세한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들어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확진자수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한은이 경기대응 차원에서 선제적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타격에 대해 "선제적인 특단의 대응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에 통화·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을 권고했다.

그러나 한은이 그간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할 때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 즉 경제지표 의존을 강조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지표들을 확인한 후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팽팽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진자 수 급증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도 커졌지만, 시간을 두고 효과가 나타나는 금리인하보다 즉각 효력을 기대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나 긴급 유동성 조치가 더 적절할 것"이라며 금리동결에 무게를 뒀다.

이응주 DGB대구은행 차장(수석 외환딜러)는 "비록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급증했지만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어느정도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금리인하를 하려면 진작했어야 했다. 가계부채나 부동산 가격으로 그동안 금리인하를 미뤄왔는데, 코로나19로 등 떠밀려 (인하)하는 것은 금통위원들 내에서도 심각한 논쟁이 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우리 경제가 연내 반등할 가능성도 슬쩍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말 경기활성화 대책에 이어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이 예상보다 조기 실시돼 2분기에 집행될 공산이 높다는 점, 2분기 중국 경기부양책 실시 가능성과 함께 국내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연 1.00% 기준금리라는 심리적 압박감도 컸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실효하한 금리 수준을 0.75~1.0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효하한 금리는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제로(0%)금리까지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기준금리의 하한선을 의미한다. 이번에 금리를 내려버리면 이제 한은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14일 추가 금리인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불안정해진 금융·외환시장과 다시 들썩일 개연성이 높은 부동산 시장, 가계부채 급증 가능성도 한은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600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3조4000억원(4.1%) 증가했다. 한은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역대 최대다.

다만 시장은 한은이 1분기 경제지표 등을 면밀히 점검한 뒤 4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하향 조정됐다. 

이 총재의 경기상황 인식이 얼마나 변했는지도 주목된다. 한은 총재의 경기에 대한 우려의 정도가 커질수록 연내 추가 금리인하 시기는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우려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기자단 참석없이 이 총재 혼자 한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 금리 결정과 배경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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