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검찰 개혁, 2003년 데자뷰
[김무종의 세상보기] 검찰 개혁, 2003년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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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오른팔 왼팔 수족들을 좌천시키자 현 정권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거 아니냐는 한쪽 비판이 쇄도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오히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에 따른 규정을 충실히 이행했음을 강조하고, 추 장관을 거들고 나섰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명을 거역했다고 공세를 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 지난 2003년 2월 27일로 가보자.

이날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날이다. 여성 장관도 그렇지만 당시엔 파격적인 인사였다. 취임 직후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검사들의 초유의 항명 사태가 일어났다. 이때도 검찰 개혁이 주요 명분이었다.

이번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인사안을 마련해 총장 의견을 듣기 위해 기다렸으나 오지도 않고 오히려 총장이 제 3의 장소로 인사안을 들고 오라니 명을 거역했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사권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과거 학습효과로 이번에 십분 적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과거부터 검찰총장이 아닌 자의 인사권 행사는 검찰의 독립을 방해하는 것으로 불쾌해 했고,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측은 이 점이 검찰이 자가 발전하려는 폐쇄적인 조직 문화, 즉 개혁을 스스로 할 수 없는 대상으로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검찰은 추 장관의 인사권 행사에 반격이라도 하듯 바로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다. 울산 게이트 등 기존 수사 지속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물론 청와대의 반발로 이날 압수수색은 불발에 그쳤다.

이런 사태를 국민은 어떻게 볼까. 여당 지지자는 검찰이 개혁을 막기 위해 꼼수와 무리수를 둔다고 해석할 것이고, 야당 지지자는 청와대가 수사를 회피하기 위해 검찰에 부당한 압력을 가한다고 비판한다. 광장도 둘로 나뉘었다.

노무현 정권 때도 집권 초기에 검찰 개혁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듯 하더니, 검찰이 대선 불법 자금 수사를 하면서 검찰개혁이 무위로 그쳤다.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 목격된다. 과거 경험으로 검찰이 어떻게 빠져나갔는 지를 잘 아는 현 정권, 그리그 그때 수사 강행으로 기득권을 지킨 검찰이 지금 데자뷰처럼 다시 부딪히고 있다.

‘검찰 중립’과 ‘검찰 독립’은 미묘한 차이 같으면서도 상당한 상이성이 있다. 조직 자가발전을 위한 독립은 견제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검찰개혁을 못하게 만든다. 중립은 검찰이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 않고, 즉 정치검찰이 되지 않고 법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을 말한다. 이 독립과 중립을 각자 유리한 위치에서 해석하며 검찰과 집권 측이 부딪히고 있다.

이럴수록 검찰이 거듭나기 위한 의지가 있는지, 과거 문제를 자성하고 인식하고 있는지, 특히 현재 일체의 사건들이 개혁을 피하기 위한 것인지, 살아있는 권력을 불문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인지 잘 지켜 볼 필요가 있다. 진영이 갈리고 가짜뉴스가 난무할 때 진실을 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국민의 현명하고 날카로운 감시가 중요한 때다.

부국장 겸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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