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폐쇄' 철회 없다는 한수원···원안위는 '차일피일'
'월성 1호기 폐쇄' 철회 없다는 한수원···원안위는 '차일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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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위원 반대에 영구정지안 의결 두번째 연기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김혜경 기자)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또 미뤘다. 2015년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허가로 논란을 빚었던 원안위가 이제는 영구폐쇄를 둘러싼 고민에 빠졌다. 2012년 수명연장 신청 당시 노후화로 인한 이용률 감소, 설비 투자 증가 등으로 적자라는 분석이 지속 제기됐지만 원안위는 승인했고, 경제성 문제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일부 위원의 반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가운데 다음달 20일 항고심 선고를 앞둔 수명연장 무효소송에서는 원안위 등 피고 측이 판결보다 원안위 결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영구정지 보류해야" VS "원안위가 감사 대상될 수 있어"

지난 22일 원안위는 제111회 회의에서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안을 심의했지만 위원 간 이견으로 추후 재상정하기로 결정했다. 본격적인 회의 시작에 앞서 이병령 위원과 엄재식 원안위원장은 정재훈 한수원 사장의 출석 여부를 두고 30분 간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원안위는 이 의원의 요청에 따라 지난주 정 사장의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정 사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고 전휘수 한수원 기술총괄부사장이 대신 참석했다. 

이날 한수원은 영구정지 안건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엄 위원장은 "사업자가 영구정지 신청을 했기 때문에 원안위는 안전성 측면에서 심의하는 것"이라면서 "사업자가 신청을 철회할지 혹은 보류할지 명확하게 의사를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 부사장은 "철회 의사가 전혀 없다"면서 "영구정지 결정 관련 기술기준에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당 안건을 신청했고, 원안위에서 결론을 내려달라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영구정지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한 위원은 이병령 위원과 이경우 위원이다. 이들은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와 정부의 에너지 정책, 감사원 감사 등의 이유로 안건 보류를 주장했다. 이병령 위원은 "미국에서는 설계수명 80년까지 연장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30년 쓰고 10년 연장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원자력계의 적당히 일하는 분위기를 규제기관이 없애야 하는데 오히려 사업자와 유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감사원 감사 결과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 행위가 확인되면 어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안건은 재상정할 것이 아니라 아예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가동을 염두에 둔 것처럼 보이는 발언도 나왔다. 이경우 위원은 "이사회 결정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면서 "만일 재가동이 다시 결정될 경우 어떻게 될지 가능성을 알아야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부사장은 "원안위의 영구정지 승인이 없으면 현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면서 "추가 인건비와 설비 유지비를 포함해 연간 300억원이 지출될 것으로 추산되며, 영구정지 허가 시에는 발전팀 인원의 50%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진상현 위원은 "감사원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한수원 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원안위는 안전성만 검토하면 되는데 관계없는 내용들이 왜 부각되는지 모르겠다. 계속 이같은 이야기만 논하게 되면 원안위가 오히려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안위 회의에서 전 부사장이 설명한 내용은 지난해 6월 한수원 이사회에서 이미 언급된 바 있다. 당시 한수원 이사회에 참석한 12명의 이사 중 11명이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영구폐쇄에 찬성했고, 올해 2월 28일 한수원은 원안위에 영구폐쇄를 신청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은 한수원이 고의로 원전 이용률을 낮게 책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 수명연장 결정 전에도 문제됐던 '경제성'

운영 기간 만료일인 2022년 11월까지 계속 가동 시 이용률이 54.4% 미만인 경우 즉시 정지와 대비해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 한수원 입장이다. 2017년 기준 원전 평균 판매단가(60.68원)와 비교했을 때 월성 1호기의 경우 122.82원으로 집계됐고, 현재까지도 적자 상태가 이어졌다는 것. 또 전력수급 부문에서 월성 1호기 설비용량은 전체 발전설비의 0.6%에 불과하다는 점과 사고관리계획서 요건 만족을 위한 추가안전설비 투자 필요 등의 이유로 향후 이용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계속 가동 시 경제성 보장이 어렵다는 점이 골자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수원에서 받은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 이사는 "이용률이 54.4%를 초과하기 어렵다고 전망하는 이유는 최근 규제환경을 반영해 운전한 결과 3년간 월성 1호기 평균이용률이 57%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월성 1호기 특수성을 감안한 규제정책은 더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최근 3년 실적보다 앞으로의 이용률 실적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사는 "현 시점에서 정지할 것인지 남은 4년 동안 계속운전을 할 것인지 문제는 이용률이 54.4% 이하가 된다면 손실, 54.4% 이상이 된다면 다소나마 이익을 가져오는 상황"이라면서 "60% 가동이 될 경우에도 즉시정지 대비 이익은 약 200억원 수준으로, 월성 1호기의 하루 매출액이 약 8억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25일 정도만 추가 정지가 되면 다 소진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월성 1호기 가동률이 40%대를 기록했던 2017년에는 5월 계획예방정비 당시 원자로 건물 부벽 콘크리트 결함 등이 새롭게 발견돼 장기간 발전을 정지하기도 했다. 한수원에서 발행한 '월성 1·2발 구조물 열화보수공사 시방서'에 따르면 보수대상 구조물은 원자로건물 내·외부와 비상노심냉각건물, 사용후핵연료저장조건물 등으로 콘크리트 균열과 박리, 박락 등의 열화를 보수한다고 기재돼있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 문제는 수명연장 결정 전에도 지속 제기됐다. 유일하게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 곳은 한국전력 산하 전력연구원으로 2009년 9월 월성 1호기 계속 운전 시 604억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반면 2014년 8월 국회예산처는 2546억~5060억원을,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환경운동연합도 1462억~2269억원 손해를 본다고 분석했다. 

전력연구원은 월성 1호기의 평균 이용률을 85%로 가정한 상태에서 평가했지만 최근 3년간 실제 이용률은 57%에 그쳤다. 2009년과 2014년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사용후핵연료처리와 원전해체,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 비용 등의 상승과 원전 이용률 감소로 인한 편익 감소 영향이 컸다. 빈번한 고장·사고와 안전 점검을 위한 정비기간이 늘면서 가동시간이 짧아진 셈이다. 

한편 한수원은 원안위 승인까지 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경북 양남면에서 열린 '월성 3호기 중수 누출 사고 주민 설명회'에서 월성원전 박양기 본부장은 "원안위에 폐로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한 후 실제 원안위 승인까지는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그 전까지는 현재 인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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