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첫 영구정지' 월성 1호기···역사의 뒤안길로 
'文정부 첫 영구정지' 월성 1호기···역사의 뒤안길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2회 원안위서 '찬성 5·반대 2' 표결로 결정돼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김혜경 기자)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2015년 수명연장으로 논란을 빚었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박근혜 정부 시절 영구 폐쇄가 결정된 고리 1호기에 이어 두 번째이자 문재인 정부의 첫 영구정지 원전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4일 제112회 회의를 열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위해 신청한 운영변경허가안을 표결로 확정했다.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안건은 지난 10월과 11월 두 차례 상정됐지만 위원간 이견으로 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세 번째로 안건이 상정된 이날도 위원들은 약 2시간 동안 논쟁을 벌였다. 

이병령 위원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왜 영구정지 안건이 재차 상정됐는지 의문"이라면서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 여부에 대해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온 후 논의하는게 맞다. 만약 배임이 확인될 경우 원안위는 한수원의 배임을 승인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재식 위원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계속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면서 "경제성 관련 문제는 그동안 원안위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된 적 없다. 원안위는 독립성과 공정성을 기초로 안전성을 심의하고 문제가 없다면 결정을 내리는 기구"라고 답했다. 

이경우 위원은 "고리 1호기와는 달리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이 남은 상태에서 정지되는 최초의 원전"이라면서 "설계수명이 남은 원전을 폐쇄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가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추후 재가동 가능성도 고려해 안전성 여부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엄 위원장은 "만약 사업자가 재가동 심사를 요청할 경우 원안위는 이와 관련된 안전성 여부를 다시 심사하면 되는 것"이라면서 "현재는 영구정지에 대한 안전성만 평가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원안위의 한수원 감사 관련 법적 자문을 둘러싸고 한 차례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원안위는 감사원 감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결을 진행하는 게 타당한지 정부법무공단에 법률 검토를 의뢰한 바 있다. 해당 안건을 보고한 원안위 원자력안전과 과장은 "국회 과방위에서 해당 건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아보라는 제안이 있었기 때문에 법무공단에 의뢰를 요청했고, 그 결과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병령 위원은 "보고자인 사무처 직원이 왜 끼어들어서 본인 생각을 언급하냐"면서 "위원장은  발언권을 주던지 제지해야 할 것"이라고 따졌다. 이에 원안위 과장은 "다른 위원 질문에 답변을 한 것"이라고 말했고, 엄 위원장은 "이 자리에 있는 위원들도 발언권을 얻어야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고 반문했다. 

오후 4시가 넘도록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진상현 위원이 해당 안건을 표결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진 위원은 "원안위는 원전이 아닌 원전 안전에 대해 검토해야 하는데도 일부 위원들은 원전 자체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면서 "지난번 회의에서 지속 제기됐던 논의만 되풀이되고 있는 상황인데 표결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위원장이 심의 안건을 표결에 부치려면 위원회에 참석한 위원 7명 중 5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원안위 위원은 공석 1명을 제외하고 상임위원인 위원장과 사무처장을 포함해 8명이다. 이중 정부 추천 위원인 김호철 변호사는 월성 1호기 소송 관련으로 해당 안건 심의에 대해 회피를 요청했고, 표결 여부에 대해서는 이병령 위원을 제외한 6명의 위원이 동의했다. 이어진 영구정지 표결에서는 엄 위원장과 장보현 위원(사무처장), 진상현 위원, 정찬동 위원, 김재영 위원 등 5명은 찬성을, 이병령 위원과 이경우 위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김재영 위원은 "감사원 감사를 기다린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월성 1호기는 수명연장 승인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많았다. 남은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월성 1호기는 1978년 2월 건설허가를 받아 1983년 4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당초 설계수명 완료는 2012년 11월까지였지만 한수원은 2009년 12월 원안위에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했다. 2015년 2월 원안위는 2022년 11월까지 10년간 수명연장을 승인했고, 같은해 5월 2167명의 국민원고단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허가처분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은 최신 기술기준을 활용한 안전성 평가를 하지 않고 자의적인 기술이 적용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수명연장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 패소한 원안위는 항소했고, 항소심 선고는 당초 지난 20일에서 2월 14일로 연기된 바 있다. 지난해 6월 이사회에서 영구정지를 결정한 한수원은 올해 2월 원안위에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에너지정의행동, 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은 24일 오전 원안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의결을 촉구했다. (사진=김혜경 기자)
탈핵시민행동은 24일 오전 원안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의결을 촉구했다. (사진=김혜경 기자)

이날 환경단체와 한수원 등 원자력산업계 노동조합은 원안위 회의장 안팎에서 의견을 피력했다. 에너지정의행동, 환경운동연합 등으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은 원안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원전은 다른 발전소에 비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4.5배나 많이 발생하는데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전체 고준위방폐물의 절반이 넘는 1만여t이 쌓여있는 상황"이라면서 "영구정지를 반대하는 위원들은 과연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회의장 방청석에 앉아있던 한수원 노조 소속 몇몇 직원들은 안건이 의결되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한 직원은 "원안위원들이 원자력에 대한 지식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발전소에서 30년 근무한 본인과 토론하자"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