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겸직 논란…勞勞 갈등으로 번지나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겸직 논란…勞勞 갈등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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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 은행장 겸직에 일부 경영진·2노조 "장기집권 위한 꼼수" 반발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사진=DGB금융지주)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사진=DGB금융지주)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DGB금융지주 이사회가 김태오 지주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공식화한 것을 두고 내홍이 확산되고 있다. 겸직 결정을 내린 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겸직으로 우려되는 권력 독점은 없다고 밝힌 가운데 DGB대구은행 제1노조는 분위기를 살피고 있고, 제2노조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에 결단코 반대한다"며 들고 일어났다.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김 회장의 겸직 여부를 결정할 15일이 DGB금융의 '집안싸움'이 장기화 할지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임추위가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안을 승인하면 당장 제2노조나 지역 여론의 거센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셀프연임'을 반대하는 금융당국의 눈총도 피할 수 없다. 반대로 부결하면 대구은행 경영공백 사태는 더욱 장기화되며 김 회장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자추위 "김 회장 겸직 권력독점 없을 것"= 자추위는 "김 회장 취임 이후 추진된 지배구조 선진화 작업에 따라 이사회의 경영감시 기능이 대폭 강화됐고 객관적인 임원 인사제도 마련과 2년 한시적인 겸직체제임을 감안할 때, 과거와 달리 권력 집중에 따른 폐단이 발생할 개연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자추위에 따르면 DGB금융은 사외이사를 주주 및 서치펌 추천, 외부 인선자문위 검증을 통해 경영진의 측근이 아닌 독립적인 전문가들로 선임할 예정이다. 사외이사 수도 5명에서 7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렇게 선임한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된 경영감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주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만의 회의체를 신설하고 감사위원회 산하에 내부감사책임자와 정도경영팀을 신설해 회장을 포함한 모든 최고경영자(CEO)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자추위는 관계 법령과 DGB금융 사규를 이유로 임추위의 역할을 한정했다. DGB금융 사규에 따르면 100% 주주인 지주 자추위에서 은행장 후보 추천에 대한 고유한 권한을 가지며, 은행 임추위는 지주 자추위에서 추천 받은 후보자에 대해 법규상 자격기준 적합여부만을 검토한 후 최종후보자로 확정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추위가 김 회장을 대구은행장으로 추천하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인 겸직 체제로 가기로 결의한 데 따른 것이다.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에 대해 '장기집권을 위한 꼼수', '제왕적 지배구조로의 회귀'라는 반발이 나오자 지배구조 쇄신과 공정한 인사관리에 따른 겸직체제를 강조하는 한편, 자추위가 가진 법적 정당성을 천명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DGB금융은 대구은행 주식 100%를 보유한 유일한 주주다.
DGB대구은행 1노조 성명서.
DGB대구은행 1노조 성명서.
◆1노조·2노조 勞勞 갈등 번지나 = 문제는 김 회장의 겸직에 대해 대구은행 제1, 제2노조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DGB금융 지주와 대구은행 간 갈등에 더해 대구은행 노노(勞勞) 갈등까지 합해지면 내홍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선 2200여명 규모의 제1노조는 "김 회장의 겸직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은행 이사회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날 제1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김 희장의 겸직 불가 방침 번복 △법적·도덕적 흠결이 있는 은행장 후보를 추천한 은행 사외이사들의 오판 △지역사회와 직원들의 충분한 동의 없는 지주 사외이사들의 김 회장 겸직 추진 등을 지적하며 반성과 사과를 요구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자추위와 김 회장의 결정이 현 시점에서 최선인지, 차선인지, 또는 최악인지 차악인지 누구도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모든 우려와 실망에도 불구하고 이제 눈을 돌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간부급인 3급 이상 직원들로만 구성된 110명가량의 제2노조 측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강경 노선을 걸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2노조는 "노조와 전 임직원 그리고 지역사회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에 결단코 반대한다"며 은행 임추위가 겸직 불가를 만장일치로 의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노조 가입자 수는 적지만 김 회장을 반대하는 명분에 있어서는 제2노조가 앞선다.
 
김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 후 줄곧 '내부출신 은행장', '회장-행장직 분리'를 천명하며 "은행장 겸직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해왔던 입장을 뒤집은 데다, 자추위 구성원이 김 회장과 지주 사외이사 5명이라 이 결정으로 회장이 스스로를 행장을 선임하면서 후보가 되는 형태가 돼 버렸다. 이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면서 CEO 셀프연임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임추위 결정, 김 회장 겸직 갈등 '분수령' = 임추위가 겸직안을 부결하면 목소리가 커진 노조의 반발에 떠밀려 김 회장의 퇴진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10개월째 공석인 대구은행장 선임은 또 밀어지게 된다. 반대로 결정을 유예하거나 승인하면 본격적인 집안싸움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당국과 배치되는 지배구조 리스크는 물론 기업 이미지 하락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의 겸직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어떤 과정을 거치더라도 (임추위) 안건이 부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대구은행 직원 대다수가 가입한 1노조가 김 회장의 겸직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은행 이사회나 임추위가 김 회장 겸직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낸 적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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