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이유로 사번코드 발급 안 돼"···CJ대한통운 '블랙리스트' 의혹 증폭
"노조원 이유로 사번코드 발급 안 돼"···CJ대한통운 '블랙리스트' 의혹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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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택배 B지점장 "CJ 측에서 이상용 기사 정리하라고 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CJ대한통운 블랙리스트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이진성 조합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진희 기자)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CJ대한통운 블랙리스트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이진성 조합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주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CJ대한통운이 노동조합 소속 택배 기사들에게 일감을 주지 않는 등 이른바 '조합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과 함께 피해 사례에 관한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CJ대한통운 블랙리스트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사측의 노조 탄압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례가 쏟아져 나왔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여한 조합원 4명은 택배기사로 활동하기 위한 필수적인 사번코드를 회사로부터 발급받지 못한 점과 불분명한 근거로 해고당한 점, 동종업계 복직조차 거절당한 근본적인 이유는 "노조활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피해 발언자로 나선 CJ대한통운 울산지점 소속 이상용 씨는 지난 2015년 울산 파업 당시 동참했었던 이유만으로 1년이 넘도록 회사 내 출입자체가 불가능했고, 재취업했던 현대택배에서도 쫓겨났다고 폭로했다.

이 씨는 "지난해 조합원들이 단결해 현장에서 겨우 일 할 수 있게 됐지만, 노조활동이력이 존재하면 사번코드를 발급해줄 수 없다는 회사 측의 결정에 아내를 포함한 수많은 조합원들이 아르바이트로 불안정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회사는 조합원들의 택배에 별표 두 개(★★)표시를 해 '언제든지 너희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경고를 주고, 비 조합원들에게도 노조 활동을 할 수 없도록 공포감을 줬다"고 털어놨다.

사진=주진희 기자
사진=주진희 기자

노조가 공개한 지난해 8월 16일 울산 지점장과 이 씨의 대화녹취록엔 명백한 이유도 없이 지점 출입을 통제하는 지점장과 당혹스러움을 표하는 이 씨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해당 지점장은 "누가 요청해도 이상용 씨는 우리 회사에서 일 못한다"고 일방적으로 통지한다. 이 씨는 "출입을 금하는 명확한 기준이나 이유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외부인에게 그런 것까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였다. 같은 달 23일 녹취 파일에는 롯데택배(구 현대택배) 울산 B지점장이 "이상용 씨 원래 (택배)기사였다. CJ 측에서 현대본사에 이상용 기사 정리하라고 했다"는 대화도 포함돼있다. 

현재 롯데택배 소속인 김명환 씨도 CJ대한통운 근무 당시 근로환경 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멀쩡했던 대리점주가 건강상의 이유로 갑작스레 대리점을 폐점시킨 것부터 의아했다"면서 "이 같은 경우 원래 회사에서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구제해주지만 노조원이란 이유로 면담도 거부당했고, 내용증명을 보내도 뜯어보지도도 않은 채 반송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생계수단이 없던 터라 복직을 알아봤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계속 취업을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공개된 녹취파일에서 대리점장은 김 씨에게 "취업 불가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사번코드 발급이 안된다고 하더라. 자세한 내용은 (사측에서도) 이야기를 안해준다"고 답했다. 김 씨는 본인의 이름이 왜 취업 불가 명단에 올라가 있는지 이유도 모른 채 취업을 거절당했던 것. 

김 씨는 "현재 롯데에서 사번코드를 발급받아 문제없이 일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본인은 택배기사 업무에 지장 없는 사람"이라면서 "그러나 CJ대한통운은 노조활동을 했단 이유만으로 생존권을 박탈하고 개인정보를 악용했다"고 강조했다.

경주터미널에서 아르바이트로 근무하고 있는 이진성 씨도 “매번 일을 할 때면 본사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인간적 모멸감을 주고 비웃는다. 또 동료가 사번코드를 본인에게 빌려준 후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이면 '나 때문에 회사가 동료를 압박 했나' 생각이 들어 심리적 불안감과 눈치를 보게 된다"며 "왜 이런 자괴감과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지 억울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강남지점 소속 박승환 씨도 현재 정식코드가 발급되지 않아 동료의 택배물량을 나눠 일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씨는 "과거 범죄경력, 채무관련 문제 등의 여부에 상관없이 사측은 코드 발급을 해주지만 노조 활동 이력이 있는 기사에게만 코드발급이 제한되고 있다"며 "매달 CS평가지표를 통해 우수사원으로 선정됐고, 지난달은 1등도 했었는데 근무능력이 부족해 코드발급을 못해주겠다는 사측의 주장은 핑계"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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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스마일 2018-10-09 12:01:44
자사 택배기사의 범죄혐의에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를 들어 자사직원이 아니라며 관리책임조차 없다고 큰소리치고 노조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CJ대한통운이 서울지방경찰청과 "민.경 협력 공동체 치안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1만7천여명의 택배기사로 범죄예방을 하는건 앞뒤가 맞는 말인가요? 업무협약에 동원된 택배기사중 CJ대한통운이 책임지는 직영택배기사가 몇명이나 되냐는 질문에 "영업상의 비밀"이라는 황당한 대답을 하면서 CJ대한통운 사장이 무슨 자격으로 업무협약에 싸인하고 사진찍고 홍보하고 택배기사들에게 후통보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