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수주 300억 달러 달성 '빨간불' 
해외건설 수주 300억 달러 달성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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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불안·원화강세 등 악재 산적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전경.(사진=현대건설)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전경.(사진=현대건설)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연초까지만 해도 대규모 해외 수주 낭보를 전했던 건설사들이 2분기 들어 주춤하고 있다. 최근들어 다시 수주 소식을 전하고는 있지만 좀처럼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수출 텃밭인 중동 지역 수주가 급격히 줄어든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원화강세가 이어지면서 해외 경쟁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밀려나고 있어 올해도 해외건설 수주액 300억 달러 달성이 어려울 수도 있을 전망이다.

14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집계된 해외 수주액은 13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123억 달러)보다 7% 가량 늘었다. 수주 건수는 227건으로 지난해(263건)보다 14% 감소한 수준이다.

해외 수주액은 2014년 660억 달러에서 2015년 461억 달러, 2016년 282억 달러로 대폭 줄었고 작년 290억 달러로 소폭 반등했으나 올해도 예년 수준을 회복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초만 해도 올해 해외 수주액은 예년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실제로 지난 2월 말 해외건설 수주액은 52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1년 전보다 80%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2분기 들어서며 수주가 급감했고 4월 말 123억 달러로 지난해 보다 1% 증가하는데 그쳤다. 수주건수 역시 지난해보다 17%(44건) 줄어든 208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해외건설 수주가 주춤한 이유는 중동 지역의 수주 실적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중동의 경우 지난해 84억 달러에서 올해 37억 달러로 56% 급감했다. 그나마 아시아가 32억 달러에서 78억 달러로 143% 급증하는 등 실적이 예년보다 증가해 실적을 채우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이 전하는 수주 낭보도 대부분 중동 이외의 지역이다.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 인도라마 요소비료 플랜트 2호기 계약을 체결했고 롯데건설도 캄보디아 사타파나 은행 본점 신축 공사를 수주했다.

문제는 국내 건설사들이 아시아 등에서 수주 실적을 채우고는 있지만 목표 실적을 채우기 위해선 결국 중동 시장이 열려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사우디 진영과 카타르의 단교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탈퇴 선언으로 최대 해외 발주국인 이란 시장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건설 기업이 이란에서 따놓은 공사는 3건으로 △사우스파12구역 가스전 확장 공사(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약 3조8000억원) △타브리즈 정유 공장 현대화 사업(SK건설, 1조7000억원) △이스파한 정유 공장 개선 공사(대림산업, 2조2334억원) 등 약 8조원 규모다. 다만, 3건 모두 아직 착공 전 금융 조달 단계여서 공사비를 못 받는 등 실질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강세 등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도 문제다. 원화강세가 지속되면 가격경쟁력이 하락해 다른 국가들과의 수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원화강세로 해외에서 저가 입찰을 할 수 있는 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사기간이나 인력 투입이 늘어나면 대규모 수주에도 수익악화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저가수주 경쟁은 최대한 피하고 사업성이 담보된 사업을 위주로 수주해 안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며 "하지만 최근 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발주 감소, 원화 강세 등에 따른 가격 경쟁력 하락 등으로 올해도 해외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오는 6월27일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출범하고 민관 동반 해외투자개발사업 진출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자본금이 출범 초기 목표 자본금보다 3000억원이 줄어든 2000억원 규모로 줄어든 만큼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때 금융보증 등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외교력 및 민관합동 역량을 총동원해 전방위적으로 해외수주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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