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서울시금고 입찰…신한·우리銀 '유종의 미'는?
막내린 서울시금고 입찰…신한·우리銀 '유종의 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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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고 수성실패 우리銀 vs 출연금 3000억+α 신한銀
100년 독점 자존심 다친 우리…신한은 소비자에 비용전가 우려도
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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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무려 104년간 이어진 우리은행의 서울시금고 독점관리를 신한은행이 꿰찼다. 2010년 첫 도전 이후 8년 만이다. 그간 시금고를 독점운영해 오던 우리은행이 쓰디쓴 고배를 마신 가운데 금융권은 엄청난 초기 진입 비용을 투입한 신한은행도 '상처 뿐인 영광'만 가질 공산이 크다고 우려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시는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열고 1금고 우선협상 대상 은행에 신한은행, 2금고는 우리은행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각 은행에서 제출한 제안서와 현장 프레젠테이션 등을 종합심의해 최고 점수를 받은 은행을 1순위로 선정했다. 서울시가 단수금고 체제를 복수금고로 전환한 첫 해였던 만큼 12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회의 끝에 결론이 났다는 후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5개 분야, 18개 세부항목에 대해 심사했다"며 "결과에 대해서는 전 심사위원이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1금고를 맡은 신한은행은 일반·특별회계(올해 기준 서울시 예산 기준 약 31조8141억원)를, 2금고를 맡은 우리은행은 성평등 기금, 식품진흥기금 같은 특수목적기금(약 2조2529억원) 관리를 각각 담당한다. 쉽게 말해 1금고는 수시로 돈을 입출금하는 통장 역할을, 2금고는 일정기간 돈을 넣어두는 예금 성격이다. 두 은행이 서울시와 시금고 취급약정을 체결하면 내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4년간 서울시금고를 관리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915년 조선상업은행 시절 경성부청과의 금고계약을 시작으로 104년의 세월 동안 시금고 자격을 유지해 왔다. 때문에 이번 복수금고 체제에서도 우리은행이 1금고를 유치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우리은행 전산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다른 은행으로 금고지기가 변경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관리 미숙 가능성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100여년 넘게 시금고를 독점해온 우리은행이 2금고로 밀려난 것. 업계에서는 최근 우리은행의 전산오류 사고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명암을 가르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3월 우리은행은 서울시 지방세 납부시스템 오류로 인해 특정된 1건의 고지서를 70만명에게 착오 발송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이번 금고선정 배점에서 전산시스템 보안관리 등 전산처리능력'을 기존 5점에서 7점으로 상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나 현실적인 수납시스템 제시 등 전체적으로 (우리은행보다) 신한은행의 준비가 더 잘 돼 있어 이번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를 넘기는 데 우리은행의 안일한 태도가 한 몫 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무려 15배가량 차이가 나는 1·2금고의 관리자금 규모를 보면 우리은행은 사실상 복수금고 체제를 내세우기 위한 명목상 금고를 떠 안은 셈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시금고 유치를 축하한다"면서 "앞으로도 서울시민에게 최선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최대한 말을 아꼈다. 

1금고를 뺏은 신한은행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한쪽에서는 신한은행이 '승자의 저주'의 덫에 걸릴 가능성을 우려한다. 시금고 유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든 돈이 만만치 않아서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1금고 경쟁에서 유치권을 따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출연금이 각각 3000억원, 1000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여기에 당초 우리은행에 맞춰진 전산시스템에 대해서도 신한은행이 인프라 구축, 시스템 교체·개발비 등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업계가 추산하는 해당 비용은 1000억원 안팎이다.

서울시와 거래하고 있다는 기관금고 브랜드 가치 등 유무형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향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해야 하는 등 시금고 유치 자체가 은행 수익성에 직접적인 도움이 안된다는 점이 문제다. 시금고를 유치하는 데 든 부담이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신한은행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서울시금고를 준비를 해온 노력과 20여개 지자체 금고를 운영한 경험이 이번 1금고 선정에 바탕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며 "올 하반기부터 시작될 서울시 구금고 입찰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역마진이나 과도한 비용지출을 예상하는 일각의 우려는 억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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