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적 양적완화' 논란 확산…한은·野 '한 목소리'
'선별적 양적완화' 논란 확산…한은·野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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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면식 부총재보 "국민적 합의 필요"
安 "발권력 동원, 국민 부담지우는 일"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해 필요 부문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선별적 양적완화' 추진을 언급한 가운데, 야당 측이 가능한 재정 수단을 먼저 동원해야 한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당사자인 한국은행도 "재정 동원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한은 노조도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9일 한은 소공동 본관에서 개최된 '국회제출 2016년 4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 브리핑에서 "최근 논의되는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은 원칙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며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활용해서 재정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론화로 재차 도마 위에 오른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공식화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한국판 양적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에 지원이 이뤄지는 선별적 완화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해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지원'과 일맥상통한다. 당장 기재부의 재정 여력이 많지 않은데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국회 동의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현행법상 가능한 한국은행의 수출입은행 출자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돼왔다.

그러나 한은 측은 재정 동원에 시일이 걸리는 만큼 발권력 동원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윤 부총재보는 "재정 동원은 어렵고 한국은행의 발권력 활용은 손쉽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시급성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을 포함한 구조개혁이 우리 경제의 필수 과제라는 점은 동의하지만, 중앙은행 발권력을 활용할 만큼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며 "아무리 시급하더라도 정당한 절차, 즉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거치는 것이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노조도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국책은행의 부실은 정부의 책임"이라며 "국채발행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국가부채가 늘어난 것도 4대강 사업으로 정부가 재정을 잘못 운영한 탓"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조 측은 "이제와 국가 채무 증가에 따른 비난을 피하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려는 것은 책임 회피 꼼수"라며 "중앙은행이 정부로부터 독립돼 있는 것은 이같은 정부의 시도를 막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조는 "정부는 양적완화라는 말장난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고 국채발행 등을 통해 순리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 선행을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교초를 남발한 봉골과 당백전을 발행한 조선, 돈을 찍어 배상금을 냈던 독일이 어떻게 됐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 측도 정부 재정 투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내는건 당장 정부재정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여 정부 성적표는 좋게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 전국민에게 골고루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며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든 공적자금 투입을 준비하든 동원가능한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형 양적완화' 논란이 고조되자 한은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필요한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발권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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