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잡음에 '스튜어드십 코드' 재부각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잡음에 '스튜어드십 코드' 재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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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고은빛기자]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찬성의사를 밝혔지만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보다 명확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요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국민연금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도마 위'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안에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 관련 결론이 도출될 예정이다. 지난 상반기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연구원 등 관련기관들과 함께 스튜어드 코드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해당 사항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지침을 제시하는 등 일종의 '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준칙(행동강령)'을 뜻한다.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독려하고, 보다 명확한 의사결정을 거치는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에 대해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비율에 대해 문제를 제기, 치열한 법정싸움까지 거치는 등 첨예한 대립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합병 성사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에 대해 삼성그룹(13.82%) 다음으로 많은 11.21% 규모의 지분과 제일모직 주식 679만7871주(5.04%)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합병 안에 대해 지난 10일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내부적으로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애매한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8조)에 따르면 투자위원회(위원장 기금운용본부장)가 심의·의결해 의결권을 행사하되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의결권위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지침(5조)과 의결권위 운영규정에선 투자위원회가 판단을 요청하는 사안 외에도 의결권위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위원 3명 이상이 요청하면 의결권을 검토 및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전일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자체 회의를 개최했지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합병안에 대해 전문위원회 판단 결정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입장 표명을 보류했다. 지난 1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안에 대해 독자적으로 찬성 결정을 내린 바 있다.

◇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시 의사결정 구조 재정립"

이에 시민단체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업체인 한국지배구조연구원에선 '합병 반대'를 권고했지만,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뜻을 고집한 데 대해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투기자본센터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손실이 발생함에도 합병을 지지해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은채 외부 압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재산인 만큼 합병을 찬성한 이유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이같은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의 해결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에는 의결권 행사에 대한 확실한 정책 수립 등 7가지 요건이 포함돼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비슷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과정이 재정립되는 등 의사결정 관련 잡음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전문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의사결정 프로세스도 포함이 되는 만큼 국민연금의 프로세스도 재정립이 될 것 같다"며 "연금투자 위원회가 넘겨야만 결정이 된다거나 내부적으로 결정이 안 되는 사안에 대해서만 전문위에 결정을 일괄적으로 이관하는 등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주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더라도 국민연금도 채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해당 방안 자체가 절차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은 그 절차에 따라 국민들에게 밝히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오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안이 성사되더라도 엘리엇의 지분이 빠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문제 제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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