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뜨는 별'…올해 임원인사 핵심 키워드는?
삼성의 '뜨는 별'…올해 임원인사 핵심 키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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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삼성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삼성그룹이 '신상필벌(信賞必罰)'에 입각한 임원 인사를 4일 단행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축소된 인사 규모지만 성과를 낸 조직의 수장은 임원으로 중용됐다.

이날 임원 인사 규모는 총 353명으로 △부사장 42명 △전무 58명 △상무 253명 등이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전자, 금융, 중공업 계열이 실적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실적부진에 빠지면서 임원 승진 규모도 줄어든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3형제'가 속한 전자계열은 지난해와 비교해 승진 폭이 축소됐다.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삼성전자는 226명의 임원을 배출했지만 올해 174명에 그쳤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지난해 기록한 29명에서 15명으로 승진 규모가 반토막 났다. 삼성전기도 올해 임원 승진자는 8명에 불과하다.

예외적으로 삼성SDS는 전자 계열사이긴 하지만 예년과 비슷한 승진 규모를 유지했다. 삼성SDI도 올해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임원 승진 규모는 오히려 증가했다.

금융계열의 승진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3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했지만 올해 12명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해보다 2명 줄어든 6명이 승진했다.

산업 전반이 '빙하기'에 접어든 중공업 계열의 승진자 수도 큰 폭으로 축소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21명이 승진했지만 올해 12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지난해 15명의 승진자를 배출했지만 올해 단 6명만 승진했다.

◇ '실적우선주의' 재확인…메모리사업부 약진

올해 승진자 규모는 작년(476명)보다 123명이나 줄었다. 이는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 등을 반영해 승진자 규모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전체 승진규모가 감소했음에도 삼성전자 부품·소재(DS)부문의 메모리사업부는 승진자가 22명으로 지난 해보다 확대됐다. 2012년 14명, 2013년 20명이었다.

삼성그룹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성과를 올린 메모리사업부 인사는 지난 사장단 인사에 이어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인사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사업에 기여한 임원들의 중용도 이어졌다. 낸드플래시 기술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 3차원(3D) V낸드 개발을 주도한 신유균 상무는 승진 연한보다 2년 앞서 전무로 승진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연구소 소속으로 갤럭시 기어 혁신모델 제안과 360도 3D 영상 촬영 카메라 개발 등의 업적을 세운 프라나브 상무는 33세 젊은 나이로 임원에 합류했다. 프라나브 상무는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과학자 35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천재급 인력'으로 손꼽힌다.

다만 전체 승진자 중 '발탁 인사'의 규모는 56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35% 줄어들었다. 발탁인사란 정해진 근속 연한 보다 빠르게 승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하는데 만 5년이 걸리는데 이보다 1년 빠른 4년 만에 승진할 경우 '1년 발탁' 승진이라고 한다.

▲ 자료=삼성전자

◇글로벌 인재 중용…외국인 9명 임원승진 

이와함께 삼성은 연차와 국적, 연령을 불문하고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실적을 거둔 인력을 과감히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이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만든 삼성의 신경영 기조에 부합하는 인사이기도 하다.

실제로 삼성은 외국인 임원 승진을 매년 빼놓지 않고 진행해왔다. 지난 2013년 10명의 외국인 직원이 삼성 임원으로 합류한데 이어 지난해 12명, 올해는 9명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은 북미, 아시아, 중국, 유럽, 일본 등 각 지역에 해외 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해외법인은 판매와 생산, 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구성돼있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최초로 여성 본사임원을 선임해 눈길을 끈다. 중국삼성 본사에서 근무하는 장단단 부총경리는 이번 인사를 통해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은 장단단 부총경리에 대해 "현지 시장 개척 및 회사 이미지 제고에 기여해왔다"고 설명했다.

해외법인의 우수 인력을 본사임원으로 승진시키는 것은 삼성이 현지인들에게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국적과 연령에 상관없이 능력이 있다면 회사의 중역으로 육성하는 삼성의 글로벌 마인드를 현지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인 셈이다. 또한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이야기한 '인재제일' 경영철학을 고수해왔다.

▲ 자료=삼성전자

◇'순혈주의' 타파…경쟁사 출신 사장 탄생

삼성은 올해에도 경력직 직원의 임원 중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회사는 전통적인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외부 영입인력에 대해서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능력주의 인사'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번 인사 역시 승진자 중 경력 입사자의 비중이 33.4%에 달한다. 삼성의 경력 입사자 임원 승진 비중은 △2013년 152명(31.3%) △2014년 171명(35.9)까지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인 33.4%로 마무리됐다.

이러한 흐름은 지난 1일 진행된 사장단 인사에도 반영됐다. 올해 인사에서 삼성 사장단에 합류한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은 경쟁사 LG 출신이다. 업계 일각에선 전영현 사장이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실적개선에 기여하는 등 성과를 쌓았지만 사장단 합류까진 점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삼성은 LG 출신인 전 사장을 삼성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과감한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인텔, IBM 같은 외국 유수 업체 출신을 스카우트해 사장에 앉힌 적이 있지만 LG 출신이 사장에 오른 것은 전 사장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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