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금융당국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던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 의장은 20일 입장자료를 통해 "저는 21일 윤종규 신임 KB금융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KB금융 이사회 의장직과 사외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010년 3월 이후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 부족한 사람이지만 성실하게는 일해왔다"며 "그러나 연이어 발생한 어려운 일들로 의장으로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지주 이사회를 비롯한 그룹 임직원들의 도움으로 빠른 경영 정상화를 이룬 것에 대해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롭게 취임하는 윤종규 신임 회장을 중심으로 KB금융이 리딩금융그룹으로 반드시 재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에 떠나는 마음이 가볍다"며 "그동안 성원해주신 KB금융그룹 임직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지난 4년8개월간 KB금융 이사회 사외이사직을 수행해왔으며,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상태였다. 이 의장은 앞서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 내정자가 결정된 이후에도 사퇴 여부와 관련해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날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하는 등 사외이사에 대한 책임론과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사퇴 의사를 밝혔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KB금융이 LIG손보 인수 요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뜻을 확고히 한 것이 사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금융위는 "사외이사들도 KB 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등 KB금융 이사회를 대상으로 전방위 압박을 가해 왔다.
이날 이 의장이 사퇴의 뜻을 전하면서 나머지 사외이사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KB금융 사외이사는 9명으로, 이 의장을 비롯해 김영진 이사, 황건호 이사, 이종천 이사, 고승의 이사, 김영과 이사 등 총 6명이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