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속 금감원이 흥국화재 '의혹' 캔다?
'의혹' 속 금감원이 흥국화재 '의혹'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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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그럴 줄 알았다", "이미 다 알고 있던 사실 아니냐?"

이번 '태광그룹 사태'가 터지자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토해내는 말들이다.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 일색이다.

태광그룹과 관련한 각종 의혹은 이미 수차례 제기됐었다. 단순히 업계에서뿐만 아니라 금융감독당국에서도 여러차례 태광그룹과 비리와 관련된 계열사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 한 바 있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약자들이 낸 보험료와 운용수익을 다른 그룹 계열사의 사업확장 등에 쓰면 안 된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2004년 태광의 다른 계열사들이 케이블TV업체를 인수할 수 있도록 대출금 125억원을 부당지원했고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감독원)은 흥국생명에 대해 불법적으로 대주주에게 거액을 대출해줬다는 혐의로 기관경고와 함께 8억2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흥국생명은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 지원을 이유로 징계를 받아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라 3년 이내 기관경고를 받으면 보험업 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이내 태광그룹이 쌍용화재(현 흥국화재) 인수전에 참가하자 관련 실무를 전담하고 나섰다.

이에 당시 쌍용화재 노조 등은 금감원의 제재를 받은 업체가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발했지만 태광 측은 인수 주체가 다른 계열사인 태광산업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묵살했다.

태광 측의 이같은 주장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의 대주주가 태광그룹의 이호준 회장인 상황에서 태광의 주장은 타당성을 지니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쌍용화재 인수 과정 역시 지나치게 빨랐다는 점에서 '뭔가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통상 한 달 걸리는 심사 기간을열흘 만에 끝내고 허가를 내 준 과정이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갖가지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태광그룹이 감독당국으로 부터 받은 처벌은 '벌금'수준의 가벼운 징계에 머물렀다.

이같은 과정에서 불거진 것이 태광그룹의 로비 의혹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태광그룹의 로비가 정·관계에 걸쳐 전방위로 뻗쳐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태광 계열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홀딩스가 방송법의 독점 규제 조항을 피하려고 큐릭스를 우회적으로 인수한 뒤 곧바로 방송법 개정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가 티브로드-큐릭스합병을 승인해준 과정에 대해 의혹의 눈길이 집중돼 있다.

특별 세무조사를 통해 상속세 탈루액 추징금을 800억원이나 물리면서도 검찰 고발을 하지 않은 국세청도 로비의 대상이 됐을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국세청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때문으로 보인다. 부당내부거래 의혹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마저도 도마위에 올랐다.

이같은 각종 의혹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검찰의 수사와는 별도로 태광그룹의 계열사인 흥국화재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흥국화재는 태광그룹 계열 동림관광개발이 짓고 있는 골프장 회원권을 비싼 가격에 사들여 부당한 자금지원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번 조치에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왜일까. 모양새도 우스꽝스럽다. 금감원은 이미 태광그룹의 로비대상으로 지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피조사대상이 돼야할 금감원이 도리어 조사에 나서겠다고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의혹의 대상인 금감원이 흥국화재를 둘러싼 의혹을 얼마나 캐낼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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