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단어 ‘금치’
되살아난 단어 ‘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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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배추 가격이 폭등하면서 김치가 금치로 이름표를 바꿔달고 있다. 올해의 한달이면 20일 이상 비가 내려 습하고 푹푹 찌는 무더위가 계속된 이상한 여름을 지내며 밭에서 자라는 배추가 다 녹아내렸다는 소식을 들은지도 꽤 됐다. 그 뒤에 이은 도시 배추 값의 폭등은 서민들의 식탁에 심각한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금치’라는 말은 거의 10년 주기로 한 번씩은 듣는 얘기인데 올해는 그 정도가 예전 그 어느 때보다 심하다. 배추 한포기에 1만4000~1만5000원까지 한다니 그것만으로도 웬만한 주부들은 경기를 할 판인데 올 여름은 일조량이 매우 부족했던 터라 고추를 비롯한 다른 양념 값도 폭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예전 김장 걱정이 크던 해에도 배추가 흉작이면 고추는 풍작이고 고추가 흉작이면 배추는 풍작이어서 그런대로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면 올해는 그 모든 게 다 값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걱정에 대통령이 한마디 한 게 그만 또 서민들을 분통 터지게 한단다. 배추가 비싸니 양배추 김치를 담으라고 했다던가. 양배추 값은 물론 모든 농산물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서도 최소 2~3배씩 오른 마당에 너무 물정 모르는 소리를 한다는 볼멘소리들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예전에도 배추 값이 비싸면 양배추 김치도 담았고 무김치가 더 자주 식탁에 올랐다. 시금치 김치도 담그고 다른 여러 잎채소들이 김치의 재료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그 어떤 것도 대책이 되기 어렵다.
올해와 같은 이상 기후는 천재지변일 터이니 그것까지 국가가 어찌해볼 도리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그 뛰어난 저장능력과 기상 예보능력이 결합돼 미리 대처방안을 찾아볼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과 궁금증이 남기는 한다.

앞으로도 기상이변은 더 자주 찾아오다 끝내는 더 이상 이변이 아닌 한반도의 정상적 기상으로 바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때쯤이면 식생의 변화 역시 불가피할 것이고 우리의 식생활에도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문제는 그런 변화들이 미리 예고되고 우리에게는 대처할 시간을 주고 있지만 우리가 그 시간을 제대로 쓰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미 한반도는 온대기후에서 아열대 기후대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해마다 강수량은 더 늘어나는 추세를 보일 것이다.

더욱이 지구상의 화산 폭발이나 지진 발생 빈도도 잦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폭발이 유럽의 기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그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전 지구에 미치고 있을 것이다.

아직 논란은 있지만 백두산의 몇 년 내 폭발 징후도 예고되고 있다. 예전 한국의 교과서에서는 백두산을 사화산으로 가르쳤지만 백두산은 약 1000년 전에 대폭발이 있었고 그 후로도 서너 차례 작은 폭발이 있었다고 한다. 1000년에 한번 꼴로 대폭발이 있었다는 보고도 있다.

백두산을 끼고 있던 발해의 멸망 원인과 화산 폭발을 연관 지어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화산과 지진은 모두 세계적 재앙이지만 특히 화산은 전 지구적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 영향이 훨씬 커 보인다.

일단 화산 폭발의 크기나 화산재가 얼마나 확산되느냐에 따라 그 피해의 정도도 달라지겠지만 일조량 부족이 전 지구적 현상이 된다면 인류의 생존을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화산 폭발로 인한 세계 경제의 타격을 염려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인류의 생존 자체를 염려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에 비춰 보면 오히려 작은 걱정일 뿐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식탁에 김치가 오를 수 있느냐 마느냐는 걱정을 하는 것이 훗날 우리 후손들 입장에서는 호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대통령이 배추 값과 양배추 값을 제대로 몰랐다는 사실은 어쩌면 하찮은 일일 수도 있다.

오늘 식탁 위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시급한 일이긴 해도 전 지구적 위험의 증가에 대해, 전 인류의 생존문제에 대해 미리 경고하는 자연의 충고라는 생각을 하고 대비할 지도자인지를 먼저 걱정해야 할 일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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