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시장경제
거꾸로 가는 시장경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캐피탈 금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계열 한 캐피탈사는 신용대출 최고 금리를 내렸다. 다른 캐피탈사들도 금리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최근 정부의 친 서민 금융정책이 시장경제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이 오히려 서민의 금융이용에 장애가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또한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초래되는 갑작스런 금융환경 변화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에 회의적이란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친 서민 금융정책도 좋지만 시장이 완충작용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금리인하의 경우가 그렇다.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저금리상품 출시 그리고 상한금리 인하도 좋다. 그러나 시간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햇살론’의 경우만 해도 서민금융지원을 위한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됐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일례로 창업자금 지원의 경우 이용자가 창업교육(12시간)을 이수해야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요 대비 교육 장소를 비롯해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안내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햇살론 상담을 담당하는 서민금융회사 협회를 비롯해 개별 금융회사 대표전화 번호로 문의를 하면 “(창업자금 관련)잘 모르니 해당 지역 지자체에 문의를...”, “어디서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지 잘 모르니...” 등의 답변이 돌아온다. 사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부개입에 의한 상한금리 인하에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채 정치적 논리로 금리인가가 요구되면 오히려 서민금융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면 서민들은 연 50%가 넘는 이자로도 급전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융회사들이 대손율을 낮추기 위해 대출 심사를 보수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사금융 이용으로 고리대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는 것 역시 금융사각지대에 있는 서민을 정부의 힘만으론 감싸 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 금융기관이 자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후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물론 카드사, 캐피탈을 비롯해 서민금융회사들이 그간 고금리로 영업을 해왔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관련 업계 스스로가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요구 이전에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여 왔는지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간 대부업체와 제도권 서민금융회사가 같은 선상에서 비교돼 온 것도 시사점이 크다. 서민금융회사가 겉은 제도권이란 탈을 썼지만 속은 대부업체와 별반 다를게 없는 영업행태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어느 사회에나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가치가 있다. 금융에서는 서민금융이 아닐까 싶다. 관련 기관들이 상생을 통해 서민금융의 숨통을 틔워주길 기대해 본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