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는 비만증 앓은 환자"
어윤대 "KB는 비만증 앓은 환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쟁사 대비 취약한 효율성 '일침'
"향후 2~3년 M&A 나서지 않을 것"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향후 대대적인 체질개선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향후 2~3년간 M&A(인수합병)에도 나서지 않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당분간 내실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어 회장은 13일 오전 주주총회 직후 열린 취임식에서 "지난 수 주동안 내정자 신분으로 보고를 받고 확인한 KB금융의 실상은 '비만증을 앓은 환자'의 모습이었다"며 "경쟁사와 비교해 많은 인력에 고령·고임금 구조로 허리가 휘고 있고, 특정 산업에 점증하는 위험들이 부실채권 증가로 연결되는 위험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어 회장은 이어 "스스로 질병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해야만 정확한 치유책을 찾을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외과적 수술도 할 수 있다"며 강도높은 체질개선을 예고했다. 국내 은행의 취약한 국제 경쟁력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하며, 은행 대형화의 필요성에 대한 기존 입장도 재확인 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우리 기업들은 해외에서 필요로 하는 금융서비스의 대부분을 국내 은행이 아닌 외국 글로벌은행에 맡기고 있다"며 "규모 면에서 세계적인 은행이 없다는 이유에서 UAE 원전을 수주할 때 우리 은행들은 지급보증조차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 기아차가 해외에서 연간 수백 억 불의 자동차를 팔지만, 관련 소비자 금융은 대부분 해외 은행의 몫"이라며 "우리나라 대표 금융사를 자처하는 KB금융의 이름은 세계 주요시장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어 회장은 ▲경영 효율성 극대화 ▲사업다각화를 통한 지속성장 기반 구축 ▲신규수익원 창출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 KB금융을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시킬 수 있는 4가지 전략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KB금융의 비용수익비율(Cost to Income Ratio)은 지난 2005년 42%에서 지난해 54%로 악화됐다"며 "같은 기간 글로벌 성공모델로 회자되는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이 54%에서 42%로 개선되고 일부 국내 경쟁은행들도 상당히 개선된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라고 지적하며 비용수익비율을 향후 가장 중요한 경영지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한 평생 금융∙경영 전문가로 쌓아온 모든 명예를 바쳐 KB와 한국 금융 산업의 선진화와 미래 발전을 위한 초석을 쌓아 나가겠다"며 "지금부터는 전 임직원이 함께 손을 잡고 주주, 고객, KB 임직원 그리고 대한민국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대장정에 나서자"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어 회장은 취임식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항간의 떠도는 추측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그는 우리금융과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KB금융이 건강해질 때까지 증권사를 포함해 향후 2~3년간 M&A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강제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증권, 보험 등의 인력 재배치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후임인선 과정에 정치권이 연루돼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난 것은 없으며 능력위주의 투명한 인선절차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