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박할 논리 빈약...업계 묘책없어 고민.


선물사들이 고사위기에 놓였다. 통합거래소 출범과 함께 제기됐던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 주장이 최근 탄력을 받고 있는 데다 갈수록 악화되는 경영실적으로 체력마저 고갈되고 있어 자칫 모회사로 흡수통합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

특히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 주장에 대해 각 선물사는 물론 이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선물협회마저 마땅한 대책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이 같은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증권사 선물업 겸업 주장 ‘탄력’

최근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 주장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작년 증권-선물-코스닥시장의 통합방안이 거론되면서 제기된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 주장은 선물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잠잠해 졌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동북아금융허브 구축 TF팀 중 하나인 증권분과위원회가 제도개선안 중 하나로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을 건의한 데 이어 증권업협회도 일본 증권시장을 사례로 들며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을 재차 주장하고 나서 또 다시 제기되기 시작한 것.

특히 이번 증권사 선물업 겸업 주장은 과거와 달리 정부의 주요 추진사업 중 하나인 동북아금융허브 구축을 위한 합리적 제도개선 방안으로 거론됐다는 점과 증권업협회가 직접 인근국가를 다녀와 사례까지 적용해가며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

선물사 한 관계자는 “과거엔 개별 증권사를 중심으로 선물업 겸업 주장이 제기됐었고 현·선물 시장이 독립된 시장으로 엄격히 분리돼 있었던 만큼 중요한 이슈로 부각돼지 못했다”며 “그러나 최근 정부가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하나의 제도개선 사안으로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이 논의되고 있고 증권업협회까지 나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니 분위기는 사뭇 다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선물사 실적악화 명분으로 작용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 주장은 선물사의 경영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선물시장이 짧은 기간 안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시장으로 발 돋음 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국채선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채선물거래량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위탁영업에 절대적 비중을 두고 있는 선물사들의 수익도 감소하고 있는 것.

더욱이 올 초 지수선물의 선물거래소 이관으로 선물사들도 지수선물 취급이 가능해 졌지만 영업망의 한계로 이 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처럼 선물사의 경영상황이 녹녹치 못함에 따라 증권사들은 차라리 증권사가 지수선물은 물론 국채 및 달러와 같은 금리선물과 상품선물 등을 함께 취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 동안 지수선물을 취급하면서 거래 노하우 및 컴플라이언스 기능이 강화돼 있음은 물론 광대한 영업망까지 갖추고 있는 마당에 굳이 한정된 거래량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선물사들이 이를 취급해야만 하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선물사들이 증권 또는 은행의 계열사라는 점에서도 모기업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선물사의 흡수통합이 바람직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주장이다.

▶선물업계 대응방안 ‘부재’

이처럼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 주장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물사는 물론 선물협회 등은 이렇다할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이 가능해 질 경우 선물사는 물론 협회의 존립여부도 불투명해 지지만 이를 반박할 만한 논리가 부족하다는 것.

일례로 지난 90년대 후반 정부가 선물거래법을 제정하고 선물산업을 새로운 금융산업으로 육성한다고 천명했지만 결국 증권-선물-코스닥시장이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됨에 따라 더 이상 정부의 정책을 이유로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 주장에 반박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선물사 한 관계자는 “통합거래소가 거론되기 전만해도 정부의 선물업 육성정책을 근거로 증권사의 선물업 겸업 주장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지만 시장이 완전 통합되는 마당에 이 같은 논리로는 부족하다”며 “더욱이 실적마저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모회사인 증권사나 은행의 눈치만 보고 있는 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