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탕은 '자신감', 지향점은 '국내 정치 상황'" 관측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관이 눈에 띄게 유연해지고 있다. 북한이 서해안에서 '시위'인지 '훈련'인지 알 수 없는 포사격을 하는 와중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 날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나섰다. '포화속의 유화 제스처'다.
뿐만 아니다. 해외 순방중인 이 대통령이 연일 자신감에 찬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다보스 포럼 참석차 유럽을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만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유익한 대화를 해야 하고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양측 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29일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원칙에 맞고 여건과 조건이 충족된다면 언제든 남북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며 "만남을 위한 만남, 정치 및 전술적 국면 전환을 위한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기조이자 대통령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현재 구체적인 추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등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실질적.가시적 성과가 있는 회담이 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또 북한의 서해안 포 사격과 관련, "포탄은 일단 NLL(북방한계선) 북쪽 경계선 안쪽에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쨌든 이러한 위협적인 방법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역시 과거의 이 대통령의 화법보다는 훨씬 '유연함'과 '여유'가 느껴지는 방식의 메시지 전달이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업급은 극도의 신중선과 조심성이 요구되는 '외교적 수사'의 특성을 감안할 때 "김김 위원장을 연내에 만 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와 관련, 글로벌 경제침체속에서의 상대적으로 빠른 한구의 경제회복, G20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생긴 강한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동시에, '세종시 문제' 등으로 시끄러운 국내 정치 상황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도 있다. 즉, 정황상 외교적 성과를 '내치'로 연결시키려는, 다시말해 세종시 문제 해결을 압박하는 효과를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조의 '양수 겸장'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28일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특별강연을 통해,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약 15분간의 연설로 좌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