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돈다'…출구전략은?
'돈이 돈다'…출구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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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유통속도·통화승수 모두 1년來 최고...韓銀, '고민 시작'?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시중 돈이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1년 만에 최고 높은 수준이다. 이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돈이 빨리 돈다는 것은 금융시장의 기능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말하자면 그동안 돈줄이 막혀 있던 `돈맥경화' 현상이 점차 해소되면서 가계와 기업 등 돈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다는 뜻이다. 현상황에선 바람직한 현상이다. 인체의 피가 잘 도는 것과 건강과의 상관관계나 마찬가지.

그렇다고, 돈이 잘 돈다고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시중의 돈(유동성)이 넘치고 있는 상황이 문제다. 이는, 장기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은 돈을 빨아 들일 수 없는 상태.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직은 더 크기 때문이다. 일종의 딜레마 상태인 셈이다.

통화유통속도 회복은, 다른 한편으로는 한은이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제부터 통화당국의 시장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더 예리해 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당연히 시장은 향후 한은의 행보를 주시해야 할 필요성이 그 만큼 커졌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통화유통속도는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화유통속도는 연간으로 환산한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시중 통화량 지표인 광의통화(M2)로 나눈 것.

통화유통속도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떨어져 왔다. 때문에, 통화유통속도 회복은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 2007년 4분기 0.808이던 통화유통속도는 2008년 1분기 0.778, 2분기 0.768, 3분기 0.747 등으로 줄곧 하락했다.

특히, 리먼 브라더스 사태발생 직후인 2008년 4분기와 지난해 1분기에는 0.704와 0.687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유동성은 대량 공급되지만 실물경제에 파급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었다.

통화유통속도가 반전의 징후를 보인 싯점은 지난해 1분기(저점). 지난해 2분기 통화유통속도는 0.702로 0.7을 넘겼고, 3분기에는 0.710으로 다시 올라갔다. 이는, 2008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화유통속도와 더불어 돈 흐름을 진단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통화승수' 역시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통화승수는 한은이 공급한 '본원통화'를 바탕으로 금융회사들이 대출 등을 통해 시중에 공급한 통화량을 나타낸다. 창출된 '신용'(크레딧)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다시말해, 통화승수가 높아진다는 것은 금융회사들이 신용 창출(대출)을 활발히 하고 있다는 뜻이다.

통화유통속도와 마찬가지로 통화승수 역시 '양 날의 칼'. 경제 주체들에게 자금이 활발하게 공급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지나치면 자산시장에 흘러들어 거품을 만드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월별 통화승수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창구가 막히면서 2008년 11월 26.3배에서 12월 24.2배, 지난해 1월 22.5배, 3월 22.4배 등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통화승수가 상승반전한 것은 4월부터. 11월에 이르러서는 25.6배까지 높아졌다.

현 싯점에서 주목할 것은,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 상승과 '출구전략'과의 연관성이다. 일반적으로 통화량과 통화유통속도가 물가 또는 생산을 자극해 돈이 빨리 돌수록 물가상승 압력이 커진다.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한은이 출구전략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한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현재로서는 신용경색이 풀리는 정상화 과정이기 때문에 당장 출구전략의 시기가 임박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해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흐름이 지속 또는 가속화될 경우 출구전략 논의는 불가피하며, 정부 측과 한은간 의견조율 등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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