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은행의 '횡포'(?)
맏형 은행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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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금융권의 맏형임을 자처하는 은행권의 번번한 '딴지걸기'에 타 금융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권의 최근 행보를 살펴봤을 때 '맏형'으로서의 책임과 역할 보다는 기득권 지키기에만 급급하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결제원은 증권사들의 소액지급결제서비스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금융결제원은 월말 결제수요 집중에 따른 전산 과부하 때문에 일정을 연기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 배경에 은행권의 압력이 있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애초에 은행들은 지급결제서비스를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입법과정에서부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었다. 이에 증권사들은 결제서비스망을 운영하고 있는 금융결제원 회원가입 당시에도 진통을 겪어야 했다. 금융결제원이 가입 조건으로 수백억원에 이르는 과도한 참가비를 요구한 것.

문제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참가비를 지불하고서 금융결제원 가입한 뒤에도 지급결제서비스 실시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일방적으로 일정연기를 통보받는 등 증권사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계속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용어' 사용까지 트집을 잡고 나섰다. '뱅킹', '뱅커' 등의 용어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은행권에서는 기존 법률안에서 '한국은행과 금융기관이 아닌 자는 그 상호 중에 은행이라는 문자를 사용하거나 그 업무를 표시할 때 은행업 또는 은행업무라는 문자를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근거로 증권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은행법 개정안에 은행 이외의 금융기관 등이 은행의 의미를 갖는 외국어를 상호나 업무표현 등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비은행권에서 '뱅킹'이나 '뱅커' 등의 용어 사용이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미 이 용어들이 인터넷뱅킹, 텔레뱅킹, 인베스트먼트뱅크(IB) 등에서 새로운 개념의 용어로 쓰이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금융회사들의 투자은행(IB)화가 진행되고 있는 추세를 볼 때에도 다소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은행과의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은 비단 증권업계만이 아니다. '4단계 방카슈랑스'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보험업계와도 지급결제서비스 기능 허용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는것.

보험사들 역시 지급결제 기능 허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보험업 특성상 천재지변과 같은 비상사태로 보험금 지출이 늘면 지급결제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며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보험업계는 지급결제 자산은 보험관련 고유자산과 분리돼 있어 안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업권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하게 됐다. 이에 은행 뿐만 아니라 타 금융사들 역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과거 CMA로 인한 '머니무브' 현상을 경험했던 은행으로서는 똑같은 경험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제 1금융로서의 자존심도 문제다.

하지만 아직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사들간의 지나친 경쟁과 갈등은 국내 금융시장에 독이 될 수 밖에 없다. 금융권의 맏형으로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가장 우선시 해야하는 은행권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지만 좀 더 여유와 너그러움을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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