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연합회·우리아비바생명 다운사이징 결정
메인프레임 보유사 20개로 줄어…유니시스 ‘직격탄’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금융회사들의 메인프레임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 농협과 하나은행이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다운사이징(down sizing)을 실시한데 이어, 최근 차세대 구축을 추진 중인 은행연합회, 수협, 동부화재, 우리아비바생명도 유닉스 다운사이징을 거의 확정지은 상태다.
■“다운사이징 말고는 대안이 없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닉스로의 다운사이징이 바람을 넘어 대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현재 금융권에서 메인프레임을 사용 중인 고객은 국민‧우리‧기업‧한국‧SC제일‧시티‧대구‧부산‧경남‧제주은행, 은행연합회, 수협, 신용보증기금, 현대‧신한‧KB‧외환카드, 교보‧금호‧녹십자‧우리아비바생명, 동부‧제일화재, 그린손해보험 등 총 24개사다.
이중 은행연합회는 입찰을 통해 IBM 유닉스 서버 도입을 결정했고, 수협‧우리아비바생명은 컨설팅 결과, 유닉스로의 다운사이징을 사실상 확정했다. 컨설팅을 진행 중인 동부화재 역시 다운사이징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 관계자는 “유닉스로의 전환 이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다” “유닉스로 전화하겠다는 기본 줄기는 정해진 상태”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와 함께 아직 차세대 구축 계획이 잡혀지지 않은 대구‧부산은행 역시 다운사이징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이렇게 되면 메인프레임 고객사는 18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니시스와 IBM 메인프레임 사업부는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운사이징이 진행된 금융회사 대부분은 IBM과 유니시스 메인프레임을 사용 중이며, 그린손해보험만 후지쯔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유니시스다. 유니시스는 농협, 한국거래소가 이탈했으며, 은행연합회도 조만간 유닉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수협도 컨설팅을 통해 기본방향을 다운사이징으로 설정했다. 최근 2년 사이 4개의 고객사가 없어진 것이다.
IBM 역시 상처가 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IBM의 전체 매출에서 메인프레임 하드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지만, 이와 관련된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사용료, 기타 서비스 등의 매출을 합치면 25%가 된다. 이 25%의 매출에 해당되는 수익은 IBM 전체 수익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다운사이징 열풍이 거셈에도 불구하고 IBM이 메인프레임 사업을 접지 못하는 이유다.
■IBM, 대책마련에 부심
IBM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유닉스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메인프레임의 오픈시스템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IBM 메인프레임을 사용 중인 동부화재에 유닉스와 함께 레드햇의 리눅스OS를 탑재한 메인프레임을 제시한 바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금호생명과 제일화재가 메인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 양사는 회사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유닉스로의 전환이 오히려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판단 하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단, 메인프레임에 리눅스OS를 탑재하는 절충안을 선택했다. 서버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금융회사는 유닉스로의 대규모 다운사이징 보다는 OS만 바꾸는 방안이 더 비용효율적일 수 있다”며 “특히 금융권에서는 안정성에서는 메인프레임을 따라 올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남은 메인프레임 고객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느냐 여부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카드(구 LG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다운사이징의 대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신한카드의 경우 유닉스를 사용 중이었지만, 규모가 더 큰 LG카드(메인프레임) 때문에 메인프레임으로 전환한 특수한 사례다.
금융권 IT담당자는 “다운사이징 열풍은 단지 비용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며 “30년간 우월적 사업자의 위치를 지켜온 IBM에 대한 반발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