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디소프트, MB정부 IT홀대 '첫 희생양'?
핸디소프트, MB정부 IT홀대 '첫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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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주가 100만원 핸디소프트, 무명업체에 넘어가

사옥 매각도 ‘헛수고’…공공프로젝트 연기가 직격탄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이명박 정부의 IT홀대 탓에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던 소프트웨어(SW)업체의 경영권이 넘어갔다.

핸디소프트는 최근 자사의 경영권을 컴퓨터 도매업체로 알려진 오리엔탈리소스에게 넘긴다고 밝혔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안연경 대표가 핸디소프트의 지분 29.91%(718만주)와 경영권을 120억원에 양도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안 회장의 지분은 2.78%로 축소됐다. 핸디소프트는 6월 1일 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경영진을 선출할 계획이며, 그 때까지는 안영경 회장이 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황의관 핸디소프트 대표는 이미 사임했다.

사실 이번 경영권 인수는 주위에서 낌새를 전혀 눈치재치 못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핸디소프트가 공시를 통해 피인수계획을 밝힌 것은 지난 27일. 하지만 단 3일전까지만 해도 보통주 84만 6610주(액면가 500원)를 제3자 배정증자 방식으로 유상증자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영권을 넘기기보다는 운영자금 조달을 통해 ‘홀로서기’에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는 얘기다.

핸디소프트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워낙 갑작스럽게 일어나기도 했지만, 안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개인적인 거래를 통해 넘긴 속내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IT업계 역시 당황하고 있다. 핸디소프트라는 기업이 주는 의미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1991년 설립된 핸디소프트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를 대표하는 1세대 기업이다. 20년 가까이 소프트웨어 업계의 맏형이자 상징 같은 기업이었다.

지난 2000년 3월 13일에는 주식 종가가 128만 1000원을 기록하면서 코스닥의 황제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해 4월 액면분할을 실시하면서 주가가 4만원대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24일 이 회사의 주가가 1230원까지 추락했음을 감안하면, IT업계 관계자들이 느끼는 씁쓸함이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핸디소프트가 이렇게 경영권을 넘기게 된 원인은 역시 경영난 때문이다. 그러나 IT업계에서는 MB정부의 IT홀대가 핸디소프트의 추락에 적잖은 공헌을 했다고 지적한다. 핸디소프트는 2004년 이래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다가 2007년 매출은 30% 이상 늘어난 372억원,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전체 사업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공공사업의 선전 덕분이었다.

하지만 MB정부가 출범으로 공공IT 프로젝트가 급감하면서 경영난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핸디소프트는 작년에 전년대비 30% 이상 줄어든 263억원의 매출에 107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사옥매각을 시작한 것도 작년 중순부터였다.

핸디소프트 관계자는 “2008년 초부터 발주될 예정이던 공공프로젝트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결국 연말을 넘긴 것이 치명타였다”라며 “공공사업의 비중이 높은 핸디소프트로서는 구조조정과 사옥매각 이외에는 대안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글2.0’이라는 브랜드로 사랑받았던 한글과컴퓨터 역시 주인이 바뀔 처지에 몰려있다. 한컴의 최대주주인 프라임그룹은 이미 경쟁 입찰을 통해 회사를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힌 상태다. 현재 여러 IT업체가 지천타천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IT경기 불황의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프라임그룹이 만족할만한 가격을 받고 팔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IT업계 관계자들은 한컴의 매각 원인이 MB정부 출범 이후 그룹경영진의 구속 및 이에 따른 유동성 악화에 따른 것이란 데서 씁쓸함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표 IT기업이 정부의 입김에 따라 매각이 좌지우지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

익명을 요구한 SW업체 대표는 “MB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면서 SW업계 종사자들은 IT홀대에 대한 일말의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며 “최근 SW대표 기업의 매각은 우려가 현실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IT업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라며 “고용창출력이 높은 IT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면 취업난 타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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